'곤드레만드레'. 한국에서는 건배할 때 뭐라느냐는 서양인의 물음에 어느 명사가 엉겁결에 나온 답이라고 한다. 그는 '위하여'가 아무래도 어색해 꺼낸 말이지만 주빈이 '곤드레'하면 일행이 '만드레'로 화창하게 되니 얼마나 멋있느냐고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했다. 곤드레만드레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셔야 할까. 하기야 조선시대의 권주가에도 '무궁무진 먹사이다'라는 구절이 빠지지 않았으니 우리는 예부터 주량이 곧 사나이의 도량 쯤으로 여기며 살아 온 셈이다. 우리 민족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전통인 모양이다. '백수'친구가 찾아와 아쉬운 소리를 하면 도움을 주지는 않으면서도 술 한잔 하자며 그만 먹겠다는 친구에게 억지로라도 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술은 알맞게 마시면 약이 되지만,사람이 술을 마시다 술이 술을 마시고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시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중앙대 남태우 교수는 1960년이전의 음주문화는 허무 속에서의 술이었고,60·70년대는 취함의 시대,80년대는 접대음주시대,90년대는 신음주문화의 형성시대로 구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기업경영이 '술을 통한 경영'(MBA=Management by Alcohol)으로 통용될 정도니 신문화 형성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과음문화에 대해 어느 일본인은 한국에선 술값을 나눠내지 않으니 미안해서 권하는 술을 마다하기 어려워 과음하게 되더라고 했고,한 중국인은 소주가 사람들의 가슴속까지 태워버리는 모양이라고 평했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를 인용,우리나라의 1인당 술 소비량이 연간 14.4ℓ로 슬로베니아(15.5ℓ)에 이어 세계 2위라고 발표했다. 특히 위스키등 독주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 소비량의 5.7배로 최고라는 지적이다. 경찰은 아침에도 술이 덜 깬 사람이 많아 출근시간대에도 음주운전 단속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음주의 계절을 맞아 일선 경찰과 환경미화원이 더욱 바쁘게 될 모양이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