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고 있다. 18일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사흘만에 1천억원 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종합주가지수는 하락했다. 외국인은 그나마 적극적인 매매 보다는 전체적으로 매매 규모를 줄이면서 주로 선물과 연계된 기계적인 매매패턴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국민은행 등을 공격적으로 사모으던 과거 모습과 달리 매기가 분산되면서 산발적인 매매에 그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최근에는 공략 종목이 핵심블루칩 위주에서 내수 우량주로 바뀌고 있다. ◇내수주 입질하는 외국인=최근 외국인은 수출 위주의 기술주보다는 내수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증시의 '간판주자'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반도체 관련 재료가 있거나 주가가 급락하면 저가매수하고 있지만 나머지 매수 종목은 대부분 내수주로 채우고 있다. 이날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빼면 온통 내수주만 사들였다. LG투자증권 국민은행 동원증원 굿모닝증권 등 금융주가 순매수 상위종목에 올랐고 웅진닷컴 현대백화점 효성 등도 외국인의 '매수 타깃'이 됐다. 외국인은 매도 우위가 많았던 지난 7일부터 17일까지도 신한지주 현대차 신세계 한미은행 현대증권 삼성화재 등을 주로 사들였다. 외국인이 내수주를 선호하게 된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면서 주요 기술주가 급등,가격 메리트가 떨어진 데다 미국 경기를 지탱해 온 소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감소가 노동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그동안 낮은 이자 덕분에 누려왔던 소비호황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실제 악화된 기업 실적 사이의 갭(격차)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외국인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 전까지는 각국 정부가 금리인하 등 강력한 내수 부양책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만큼 기술주보다는 내수주에 모멘텀이 있다고 판단하는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풋남 효과=지난 10,11월 국내 증시에서 3조원어치 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도 따지고 보면 상당부분 '풋남(Putnam) 효과'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계 투자기관인 풋남 어드바이저리 컴퍼니(The Putnam Advisory Company)는 지난달 삼성전자 7백84만주를 매수,지분 5.18%를 확보하고 '5% 대주주'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상태다. 1조8천억여원에 달하는 풋남의 자금을 빼면 실제 외국인 매수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데다 그나마 풋남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풋남을 뒤쫓아 국내 증시에서 추격 매수에 나선 외국계 투자기관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풋남은 캐피털(Capital) 피델리티(Fidelity)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기관으로 미국내의 달러 자금만 운영하는 펀드로는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망=연말까지 외국인 매매는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증시가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심리적 저항선인 다우 10,000선과 나스닥 2,000선을 강하게 뚫지 못하고 있는 데다 외국인이 대부분 다음 주부터 연말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외국인이 1천억원 이상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500선에서의 1천억원과 600선에서의 1천억원은 영향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삼성전자와 일부 내수주에만 집중된 채 다른 종목으로 폭넓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국인은 최근 적극적인 매매보다는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관심종목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면서 "다음 주 연말휴가를 앞두고 대규모 매수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