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은 작중인물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인데,특히 순수문학이라면 의당 피폐계층의 고민을 다루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해 있다. 지금껏 한국문학의 영역에서 제외되었던 경제적 상층에 있는 인간상을 그려내야 한국문학이 질적으로 풍성해질 수 있다" 기업 경영인으로 있다가 40대 후반에 소설가로 변신해 장편 "거품시대"와 경제서 "무엇이 진정 한국을 추락시켰는가"등 경제 문제를 다룬 일련의 저작들을 낸 바 있는 홍상화가 최근의 한 문학 세미나에서 주장한 말이다. 소외 계층을 조명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데 특장을 보이는 것이 리얼리즘 소설인 만큼 노동자들이나 소시민들의 부로부터 소외된 삶을 다루는 소설의 양산은 필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체험화하는 과정이 없는 채로 그것에 대해 "구조적 비판" 운운하는 일은 대개 "자기만족"에 그치기 십상이다. 실제로 우리의 소설은 "봉급을 주는 층"에 대한 적의는 분명한데,그들 층 역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집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단견"을 숨기지 못하는 예가 많다. 물론 경제적 상층에 있는 사람들을 조명한다고 해서 "가진 자"의 삶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수도 없을 것이다. 일례로 기업 홍보실에서 근무한 바 있는 작가 최용운의 최근작 "재벌에 곡한다"는 한 재벌 기업의 흥망사를 경영인과 그 주변 정치 경제계의 인사들을 중심으로 그리면서 한국 "재벌 경제"의 모순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킨다. "지금-우리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해석이라는 소설문학의 핵심적인 주제를 위해서도 우리 소설은 소외계층에 못지 않게 경제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경영 계층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어야 마땅하다. 박덕규(소설가.한성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