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전략적 제휴협상에 일본의 도시바가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도시바는 18일 오후 자사의 메모리부문 구조조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버지니아주 도미니온 D램 공장을 마이크론 측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의 발표에 때 맞춰 도시바와 제휴를 추진해온 독일 인피니언은 "도시바와 협상은 끝났다"는 성명을 냈다. 이날 마이크론은 도시바 미국 공장 인수와 상관없이 "하이닉스 반도체의 공장과 설비에 대한 실사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박종섭 사장을 포함한 제휴 협상팀이 미국으로 출국,마이크론측과 2차 협상에 들어간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의 도시바 D램 공장인수를 두고 D램 업체들이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복잡한 게임을 벌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전자전문 인터넷신문들은 이날 마이크론이 도시바의 미국 공장뿐아니라 D램 공장 전반을 인수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인해 국내 증시에서는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간 협상이 결렬되지 안느냐는 소문이 퍼졌다. 도시바는 D램 사업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도시바로서는 마이크론과의 제휴협상에 더욱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은 도시바의 공장일부를 인수한 사실만으로 하이닉스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게 된다. 도시바 미국공장처럼 하이닉스측에 일부 공장 인수를 요구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이같은 효과를 노리고 하이닉스와 협상하는 도중에 도시바와 별도로 협상을 진행한 것 같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석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제휴의 향배는 박종섭 사장이 이번 미국방문에서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과 벌이는 구체적인 제휴방안 협상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미국 협상에선 합병 등 구체적인 제휴 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마이크론이 구체적인 합병방안과 조건을 제시하면 양측이 그에 대해 의견을 좁히는 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큰 돈 들이지 않고 시장지배력을 높이기를 원하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으로부터 최대한의 가격을 받아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조조정특위 관계자는 "문제는 마이크론의 하이닉스 지분 인수가격"이라며 "워낙 두 회사의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연내 전격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택·차병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