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김 화장품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유럽이나 미국엔 샤넬, 크리스찬 디오르, 이브 생 로랑, 랄프 로렌 등 패션디자이너의 이름을 브랜드화한 화장품이 많지만 국내 디자이너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이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앙드레 김(66)은 국내 최초의 남성디자이너로 1962년 소공동에 의상실을 열었다. 패션을 사치로 생각하는 국내 풍토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국산 원단만 사용하고, 자수와 동양적 문양을 앞세운 단정하고 품위있는 스타일로 40년동안 한국의 하이패션계를 이끌어 왔다. '전통에 대한 그리움에서 출발, 꿈이 깃들인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 아름다움을 창출한다'는 것이 그의 패션철학이다. 그는 또 66년 한국 디자이너로는 처음 파리에서 컬렉션을 연 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공식쇼를 비롯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등 세계 각국에서 패션쇼를 개최, 한국 패션의 독창성을 알리는 한편 민간외교에 앞장섰다. 프랑스 정부에서 문화훈장을 수여한 것이나 오는 26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유니세프 자선패션쇼에 캐나다 뉴질랜드 스위스 등 주한 외국대사 부인 13명이 모델로 나서는 것 등은 그같은 노력의 일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앙드레 김은 기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조르지오 아르마니(67)와 여러 모로 흡사하다. 나이도 비슷하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60년대초 패션 디자인을 시작한 것도 그렇다. 그러나 이탈리아 출신인 아르마니는 82년 향수 '지오'를 내놓은데 이어 시계 액세서리 홈패션등 다양한 부문에 진출, 30여개국에서 한해 1조2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기초와 색조 등 20가지에 이르는 전체 화장품 품목으로 서양 디자이너와 당당히 겨루는 건 아시아권 전체에서도 앙드레 김이 최초다.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있지만 기초화장품 몇 종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출시를 계기로 앙드레 김이 아르마니나 이브 생 로랑같은 세계적인 토털패션크리에이터로 우뚝 서게 되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