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쟁을 외면하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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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은행연합회에서는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처음 열렸다.
한빛과 조흥은행이 개발한 신상품에 대해 독점 판매권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승인을 받으면 두 은행은 최장 5개월간 독점 판매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다 다른 은행들은 유사상품을 베끼지도 못하게 되는 금융계 최초의 기록이 만들어지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독점권 인정 '불가'로 내려졌다.
이같은 결론은 현재 은행간 자율협약을 잘 살펴보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협약은 자연법칙을 이용해 개발됐거나 국내외를 통틀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한 상품에만 독점권을 인정해주도록 규정돼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상품은 예·적금 신탁 대출 등을 기본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첨부하면서 발전해왔다"며 "현재같은 기준이라면 앞으로도 독점권을 받을 상품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이 까다로운 협약을 만든 주체가 바로 은행이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자율협약을 맺으라고 지침을 내리자 이들은 오히려 기준을 강화하는 쪽에만 신경을 썼다.
협약제정에 참여했던 연합회 관계자는 "어느 한 은행이 독점권을 인정받으면 다른 은행들은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이 때문에 사실상 독점권을 받기 힘들도록 조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협약을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나도 안할테니 너도 하지 말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이같은 은행권의 보신주의는 심사위원 선정에서도 드러났다.
9명의 위원중 3명은 외환 산업 부산은행의 몫이다.
시중 국책 지방은행 간사역할을 맡고 있다는 이유다.
또다른 3명은 은행들이 예산권을 갖고 있는 은행연합회 팀장들이 참여했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위원은 금융연구원의 연구원 2명과 변호사 뿐이다.
금융당국의 신상품에 대한 독점판매권 부여방침은 금융사간 신상품 개발을 촉진한다는 정책적 판단아래 출발했다.
하지만 이같은 취지는 은행권의 보신주의와 저급한 균등주의로 이미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 이번 첫 심의위원회에서 입증된 것 같아 안타깝다.
김준현 금융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