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서구형으로 바뀌면서 가전업체들이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럼세탁기,의류건조기,후드(hood)형 전자레인지 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들 서구형 가전제품은 빌트인(built-in,붙박이) 가전시장의 확산과 함께 가사노동의 질(質)을 향상시키려는 주부들로부터 구매 우선순위 1호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삼성전자는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빌트인 전자레인지,일명 OTR(Over The Range)를 국내시장에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OTR는 주방의 가스레인지 상단에 설치,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주부들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냄새와 연기를 제거해주는 후드와 조명으로 사용하는 램프(Lamp) 기능도 갖추고 있다. 세탁기의 경우엔 부엌 싱크대에 설치할 수 있는 드럼세탁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시장은 세탁기와 탈수기를 하나로 묶은 전자동 세탁기가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드럼세탁기는 세탁,탈수,건조까지 가능한 데다 소음이 적고 정면 개폐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1백60만원대의 드럼세탁기를 출시,밀레와 AEG 등 외국산이 주도하고 있는 드럼세탁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열풍이 건조는 물론 구김을 펴주기 때문에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돼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크게 줄여주는 의류건조기도 앞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8백만대에 달할 정도로 서구에서는 보편화된 제품이지만 국내 시장은 1만대 미만의 미미한 수준이다. GE,월풀,밀레,보시,AEG 등 선진 업체들이 국내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살균 건조 구김방지 기능을 갖춘 의류건조기를 출시,외산제품과의 본격적인 경쟁전에 뛰어들었다. 서구형 제품으로 인식돼 오던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지난 97년 이후 삼성전자의 지펠,LG전자의 디오스,대우전자의 클라쎄 등이 잇달아 선보이며 GE,월풀 등 외국업체를 완전히 제치고 내수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초기에는 외국생활을 경험했거나 일부 부유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금액 기준으로 일반 냉장고를 추월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식기건조기도 LG전자 삼성전자 동양매직 한샘 등이 일렉트로눅스 자누시 밀레 등 외산제품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전자 리빙사업부 맹윤재 상무는 "라이프 스타일의 서구화와 빌트인 시장의 확산 등으로 외국 잡지에서나 봐오던 제품들이 일반가정에도 보급되는 현상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