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내놓은 '3.4분기 노동생산성 동향'은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산업생산(산출량)과 노동투입량이 동반 감소, 노동생산성이 1.0% 증가에 그친데 반해 시간당 임금은 5.2%나 높아졌다. 이로 인해 단위노동비용(노동비용/산출량)도 4.1% 증가했다. 기업이 종전과 똑같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그만큼 인건비를 더 투입,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얘기다. 특히 3.4분기엔 중화학공업 부문에서도 단위노동비용 증가율(2.1%)이 노동생산성 증가율(1.8%)을 추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더한층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 왜 둔화되나 =수출 및 설비투자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산업생산 위축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3.4분기에 20.3%나 폭증했던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말 7.6%로 한풀 꺾이더니 올들어선 △1.4분기 4.9% △2.4분기 1.4%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고, 급기야 3.4분기엔 -2.2%로 떨어졌다. 노동투입량도 지난해 4.4분기 1.0% 증가에서 올 1.4분기 2.1% 감소로 반전된 뒤 3분기 연속 뒷걸음질했다. 그러나 노동투입량보다 산업생산의 증가율 감소폭이 훨씬 커 노동생산성이 크게 둔화됐다. 한편 노동투입량 감소는 △3.4분기 근로시간이 0.6% 줄어든 데다 △지난 99년 2.4분기 이후 증가해온 근로자수가 지난 2.4분기 0.5% 감소에 이어 3.4분기에 2.6%나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했다. ◇ 업종별 노동생산성 =경공업은 올 1.4분기 0.4% 감소에서 2.4분기 제자리걸음(0.0%)으로 호전됐으나 3.4분기엔 다시 -0.8%로 주저앉았다. 중화학공업도 올 1.4분기 8.0% 상승에서 2.4분기 3.0%, 3.4분기 1.8%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노동생산성이 증가한 업종은 기타운송장비(62.8%) 비금속광물제품(11.4%) 자동차·트레일러(8.9%) 영상.음향.통신장비(8.5%) 목재.나무제품(6.4%) 등이었다. 반면 사무.계산.회계용기기(-32.7%) 의복.모피(-16.5%) 코크스.석유정제품(-11.8%) 등은 노동생산성이 크게 후퇴했다. ◇ 노동비용 증가 =3.4분기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지속적인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2.4분기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했다. 시간당 임금지수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담배(-31.3%) 기타운송장비(-28.6%) 등 6개 업종을 제외한 사무.계산.회계용기기(29.3%) 의복.모피(24.7%)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노동비용이 늘어났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