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계약인 사법체계의 그물망은 상상외로 허술하다. 든든한 배경의 용의자가 영악한 변호인의 비호를 받을때 범죄자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간다. 특히 형사소송에선 합리적 의심을 압도할 강력한 증거가 없으면 무죄가 된다. 무기력한 법보다 "정의의 주먹"으로 악을 응징하고 싶어하는 시민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영화 "이것이 법이다"(민병진 감독)는 사회악을 자의적으로 처단하는 의적집단의 엽기적인 범행과 이를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스릴러다. 김민종 임원희 신은경 등 신세대스타들의 스피드와 액션,주현 장항선 김갑수 윤승원 등 중견연기자들의 호흡이 조화를 이루며 범인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가는 서술구조가 탄탄하다. 영화는 섬뜩한 면도칼 살해장면으로 시작된다. 첫 피살자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방면된 부호 집안의 강간살해 용의자. 범행장면이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중계되자 접속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범인은 인터넷을 통해 현실의 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인간쓰레기들"을 자신의 법으로 처단하겠다고 선언한다. 비슷한 수법의 연쇄살인이 자행되자 강력계와 특수반 경찰들이 투입된다. 그러나 수사반에서 도청기가 발견되면서 수사팀은 "내부의 적"을 찾아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지만 관객들의 쾌감은 그리 크지 않다. 다시 무력한 법에 기대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팀원들의 대립과 길항은 극의 묘미를 더해준다. 강력계 봉형사(임원희)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아날로그적인 캐릭터다. 반면 특수반 표형사(김민종)는 엘리트코스를 밟은 논리적이고 냉철한 디지털세대 형사다.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갈등을 일으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이해한다. 수사진이 회식자리에서 서로에게 물세례를 퍼붇는 장면은 고단한 일상을 끈끈한 정으로 이겨내는 경찰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인터넷영화 "다찌마와 리"에서 1백50만명 이상의 네티즌을 끌어모았던 임원희의 활기찬 액션이 시선을 모은다. 그러나 "낯익은" 출연배우들은 대부분 새 캐릭터를 창출해내지 못하고 기존 이미지를 복제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21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