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엔화 절하의 부정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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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일본 정부는 지난 10여년동안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해 왔다.
신속한 조치가 경제를 살리고 고통스러운 구조개혁을 피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희망도 가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일련의 노력은 실패했다.
분명 수년간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제로(0)수준에 가까운 금리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의 일본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해왔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제로금리도 일본기업들이 자생력을 갖게 만들지는 못했다.
일본은 똑같은 비용으로 좀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해 낸 것이 엔화절하다.
최근 일본중앙은행 및 재무성 관리들은 일본은행이 대규모로 외국채권을 사들이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무역흑자가 늘어나 소비수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수출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엔화 약세가 아무리 심화돼도 연간 2천억∼3천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물가수준을 감안한 무역흑자로 상쇄하려면 연간 흑자규모가 2천5백억달러를 넘어야 한다.
이는 전세계 무역흑자의 50%를 넘는 수치로 지난 1986년에 세운 사상최고기록(전세계 무역흑자의 34%)보다 훨씬 많다.
새로운 경쟁국가들의 출현으로 일본의 무역흑자 비중은 계속 축소돼 왔다.
지난 99년 일본의 7백억달러 흑자는 전세계 무역흑자의 15%였다.
엔화의 인위적 절하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노력은 아시아지역의 경쟁구조에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다른 국가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엔화절하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일본의 인플레를 유발,국내수요를 진작시킬 것이라는 일부 견해는 분명 잘못이다.
이는 원유값이 2배로 인상되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이 수입물가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면 엔화는 오히려 해외로 빠져 나가게 된다.
일본내에서조차 엔화절하에 따른 부수적 피해가 이익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
엔화환율과 증시는 밀접한 상호연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정도다.
엔화가치가 15% 떨어진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평가액이 달러기준으로 15%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곧 외국인들의 증시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97∼98년때보다 훨씬 악화된 경기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일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무엇보다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세 인하,주택자금 대출 활성화등이 요구된다.
거시적인 경기부양책도 필요하다.
둘째,일본정부는 소비촉진을 위해 방출된 자금이 궁극적으로 금융권의 부실채권 해소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대대적 구조조정이 따라야 한다.
일본이 엔화절하를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으려 한다면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치유의 고통은 더 심화될 것이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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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Japan Can't Export Its Way Out of Malaise'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