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세미컨덕터사가 개발한 3차원 반도체는 대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싼 것이 장점이다. 3차원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메모리 제품을 만들면 값을 기존 카메라 필름이나 카세트 테이프 수준으로 대폭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3차원 반도체는 앞으로 기존 메모리 제품을 급격히 대체하는 등 멀티미디어 혁명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만드는 방법=반도체 업체들은 그동안 같은 면적의 칩에 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추구해왔다. 그 일환으로 칩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회로의 선폭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회로 선폭이 좁아지면 새 장비가 필요해지고 또 값도 급등하는 것이 문제였다. 매트릭스는 칩을 여러 층으로 쌓음으로써 저장 용량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건물을 지을 땅이 부족하면 고층 건물을 세워 사무실을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매트릭스가 선보인 첫 제품은 8개층으로 되어 있다. ◇파급 효과=이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칩 하나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10배 이상으로 늘게 됐다. 게다가 기존의 반도체 소재와 제조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매트릭스의 3차원 반도체는 정보 저장 용량을 늘리는 것 이상의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메라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을 갈아끼우지 않아서 좋긴 하나 메모리카드 값이 비싼 점이 흠이다. 그런데 3차원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면 메모리카드 값을 필름 가격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이 3차원 반도체를 개발한 이환경 교수는 "내년초에 선보일 64메가바이트 용량의 제품 가격은 같은 분량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반 카메라 필름 3팩 짜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4메가바이트짜리 메모리카드는 약 60달러이고 3팩짜리 필름은 10달러 정도다. 3차원 반도체 활용범위는 PDA 카세트 비디오카메라 휴대폰 등 무궁무진하다. 정보 저장이 필요한 곳이면 어느 제품에나 쓸 수 있다. 특히 플래시메모리와 같은 규격으로 만들어 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새로운 장치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개발자 이환경 교수는 누구=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다. 지난 59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다음 MIT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하느라 졸업하는 데 12년이나 걸렸다. 졸업 후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사에서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92년 램버스사로 옮겨 고속 아날로그 회로를 개발했다. 또 AMD의 K6 및 K7,디지털이퀴프먼트(컴팩에 합병됨)의 알파 칩,스트롱암 등의 마이크로프로세서 클럭 회로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 교수는 94년부터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기가헤르츠(㎓)급 통신 소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의 저서 'CMOS 방식의 무선주파수 집적회로 설계'는 미국 대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교재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