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추정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일수록 주가가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실적악화를 발표하거나 시장 전체가 약세장일 때도 오히려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경쟁업체나 코스닥지수보다 하락률이 낮은 것. 이는 성장주에 대한 실망감과 '분식'결산에 넌더리가 난 투자자들이 투명하게 실적을 공개하는 기업에 믿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경영이 주가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월별 실적이 주가의 바로미터=올 들어 휴맥스의 주가는 매월 10일을 전후해 발표되는 추정실적과 '단짝'을 이룰 만큼 밀접한 관계를 나타냈다. 증권가에 '휴맥스 주가는 월별 실적에 물어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3월 2백억원이 넘던 월별 매출액이 4,5월 1백억원대로 급감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외국 셋톱박스 업체들의 실적악화 소식으로 휴맥스의 성장에 대한 우려감까지 나돌아 7월까지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회사측이 재고조정 차원에서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주가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7월 이후 실적이 크게 늘어 매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신바람을 냈다. 이러다보니 이유있는 실적악화 추정으로 주가가 빠지면 오히려 저가매수세가 유입돼 이내 탄력이 살아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12월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휴맥스의 월별실적 발표로 최근 4일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주가는 이날 급등세로 돌아섰다. CJ39쇼핑도 비슷한 케이스.올 들어 매월 실적을 공개해 온 CJ39쇼핑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세차례 기업설명회(IR)를 갖는 등 기업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결과는 2만원대를 맴돌던 주가가 어느새 3만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주가상승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코스닥지수가 10% 넘게 빠지는 급락장에서도 CJ39쇼핑은 1% 이하의 하락에 그쳤다. 올 7월부터 매월 수주현황을 공개해오고 있는 네오웨이브도 애널리스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당장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주가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향후 기업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다. ◇시장평가=대우증권 허성일 연구위원은 "월별 실적발표 기업들이 상승장에는 주가탄력이 높고 하락 폭은 낮다"며 "투명경영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LG증권 이왕상 연구원도 "실적이 괜찮은 기업도 경쟁업체를 의식해 정보유출을 꺼리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보공개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며 실제로 시장에서도 점차 긍정적인 평가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