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의 대주주인 윤태식씨의 주변 인맥과 기업 성장과정 등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 회사의 급성장에 대한 의문이 풀릴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난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씨 등과는 달리 패스21의 경우 언론계 인사들도 깊숙이 개입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돼 또 다른 형태의 로비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 윤씨의 사업 성장 배경에는 A 경제신문 고위 간부 K모씨와 부인 Y모씨의 역할이 컸다는 심증이 굳어져 가고 있다. K씨는 부인 Y씨가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을 통해 윤씨를 소개받았으며 패스21이 시작할 때부터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기까지 각종 조언을 하며 인큐베이팅(창업지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윤태식씨는 K씨와 Y씨를 매개로 역대 정보통신부 장관 등 고위직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K씨와 Y씨는 윤태식씨 회사 주식을 10%정도 보유해 오다 그 중 일부를 처분했으며 현재는 3∼4%정도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특히 사업 확장 과정에서 상당수의 언론계 인사들을 접촉했으며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계 인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80만∼1백만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폭등한 것이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또한 국가정보원도 수지 김 사건 이후 윤씨 사업의 뒤를 봐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 국정원장 이모씨는 국정원에서 윤씨 회사의 지문인식시스템 시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윤씨 회사 제품이 기존의 지문인식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손가락의 땀구멍으로 지문의 진위를 판단하는 새로운 생체인식시스템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 제품을 부적격 처리하고 채택하지 않아 전면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씨는 국정원에서 시연회를 가진 것을 회사 홍보의 수단으로 삼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은 간접적인 지원을 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 87년 부인 수지 김씨를 살해한 단순 살해범을 납북탈북자로 만든 국정원이 윤씨와의 관계를 유지해온 점으로 미뤄볼 때 윤씨가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