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교만한 당나귀 .. 이상헌 <헤드라인정보통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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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ee@headline1.co.kr
제 분수를 모른 채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와 죄악 때문에 상처를 입고 불치의 병을 얻은 사람도 있고 파산에 이른 기업도 있다.
신용금고의 어리석은 하위직이 몇십억원의 고객예금을 빼돌려 선량한 상급자를 하루 아침에 실직자와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무슨 무슨 게이트의 주모자인 교만한 젊은이들이 저질렀던 범죄가 근면성실한 중견기업 여러 곳을 파산시켰다.
공명심에 눈이 흐린 중견 공무원이 저지른 중과실 때문에 해당 장관이 불명예 퇴진해야만 했다.
십수년의 운전경력과 기술만 믿고 빗길 과속운전을 하다가 차량 전복사고를 일으킨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어리석고 교만한 실수 때문에 학생들이 죽고 교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세상은 제 분수를 저버리거나 자만에 빠진 나머지 자신을 파멸시키고 이웃을 괴롭히는 죄악을 저질러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실수와 죄악을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훌륭한 지도자를 태워 나르는 한 당나귀의 어리석음과 교만을 보여주는 우화를 떠올리게 한다.
지도자를 태우고 당나귀가 지나가는 거리에서 모든 사람들은 존경의 표시로 지도자에게 정중하게 절을 한다.
이 당나귀는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잘생긴 얼굴과 튼튼한 몸매에 반해 절을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흡족한 기분으로 몸을 크게 뒤채고 낄낄거리다가 그만 상전을 땅바닥에 굴러 떨어지게 한다.
그런데도 교만한 당나귀는 자신의 실수로 상전이 굴러 떨어진 게 아니고 상전이 당나귀 타는 요령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상전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래서 쫓겨난 당나귀가 혼자 아무리 거리를 쏘다녀도 누구 한 사람 절을 하기는커녕 아무도 먹을 것 한 조각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치민다.
가게에 들어가 과일들을 짓이기며 행패를 부리다가 되레 사람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나고 만다는 이야기다.
우화 속의 당나귀가 저지르고 있는 한심하고 위험한 모습을 비웃고 비난할 수만 있을까.
겸허하게 반성하면서 항상 자신을 경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