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의 잔잔한 대화록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달라이 라마 외 지음,김영사). 사람들은 높은 자리나 대단한 명성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더 많은 것,더 높은 것,더 빠른 것을 향해 전력투구를 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삶의 근원적인 진실을 깨치지 않는다면 어떤 성취도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없다. 우선 세속적인 관점에서 당신이 행복을 느끼기를 원한다면 당신은 마음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랑과 자비심에서부터 나온다. 달라이 라마는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나와 똑같이 고통받고 있고 똑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들임을 이해한다'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관계성의 회복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는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해도 한층 나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세속의 관점을 넘어선 행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마음의 수행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마음의 수행은 '긍정적인 생각들을 신중하게 가려내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물리치는 일'인데 이를 반복해서 실천하면 된다. 설령 이런 수행을 반복하다 보면 일상에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일을 만나게 되더라도 마치 파도가 바다의 표면에만 일어날 뿐 깊은 곳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도와 주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는 말라'는 것이 그의 행복론 기초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되면 고통과 어려움이 자기 존재의 자연스런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고통 없는 상태가 삶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라 고통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진솔한 모습이라는 이야기다. 아마도 이런 그의 삶의 자세가 망명객이라는 열악한 생활 속에도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고 그를 세계를 이끄는 몇몇의 영적 지도자로 우뚝 서게 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평범한 행복론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도 남음이 있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