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볼프강 쿠어 <獨 보쉬그룹 부회장>..21세기는 디젤엔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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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디젤엔진이 가솔린엔진과 어깨를 겨루며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린(Green),클린(Clean),파워(Power)디젤엔진으로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바꿔 나가겠습니다".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보쉬(BOSCH)그룹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볼프강 쿠어(Wolfgang Chur) 부회장은 "10년내에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솔린과 디젤엔진의 비율이 50대 50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이는 환경친화적(green).저공해(clean).강력한 힘(power)의 디젤엔진 기술개발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전문회사인 보쉬그룹의 세계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쿠어 부회장은 이같은 디젤엔진 차량 급증 전망에 대해 "유럽의 경우 이미 디젤엔진 차량의 시장점유율이 40%선에 육박하고 있다"며 "디젤엔진은 연료소비량이 가솔린엔진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다 최근에는 급속한 기술의 발전으로 대기 오염 배기가스 및 냄새,소음 등이 크게 줄어 가솔린엔진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쿠어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최근들어 디젤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가솔린엔진에 비해 많은 약점을 가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디젤엔진은 그동안 소음과 공해가스,냄새를 많이 발생시키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디젤엔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해 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이후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면서 이같은 약점이 대부분 해소됐다".
-기술개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고압 연료분사 시스템의 개발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일부 차량(싼타페 등)에도 적용되고 있는 커먼레일시스템(CRS)이나 유닛인젝트시스템(UIS) 등은 디젤엔진에 힘과 환경친화적인 성능을 안겨준 기술개발의 산물이다.
이들 부품은 연료소비량을 줄였을뿐더러 소음과 오염가스의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쉬가 개발한 그같은 새로운 디젤엔진 부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지난 9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장에 선보인 커먼레일시스템과 유닛인젝트시스템의 경우 지난해 2백70만대 생산에서 올해는 이미 4백6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새로 출시되는 차의 3분의 1이상이 이들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디젤엔진의 기술개발 전망은.
"커먼레일과 유닛인젝트시스템의 기술혁신 작업이 지금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고압능력 등을 더욱 향상시킨 새로운 기술이 곧 선보이게 될 것이다".
-디젤엔진이 한국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교통혼잡 등의 이유로 한국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낮은 RPM(분당 엔진회전수)에서 운전하는 습관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커먼레일과 유닛인젝트시스템을 적용한 디젤엔진 차량의 경우 저RPM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시장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젤엔진외에 보쉬가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는 자동차 제어장치 분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78년 시장에 내놓은 ABS(바퀴잠김 방지 장치)의 경우 유럽에서는 장착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 됐다.
ABS보다 진전된 기술인 ESP(전자안정프로그램)도 6년전에 출시된 이후 장착률이 꾸준이 늘고 있다.
또 이보다 더욱 지능적인 안전시스템인 SBC(전자유압브레이크제동장치)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의 경우 ABS 장착률이 20%선에 머물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먼저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ABS의 뛰어난 성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보쉬는 ABS의 대 당 생산가격을 초기의 1천달러선에서 지금은 1백달러선까지 낮췄다.
또 보험회사들의 조사에 따르면 ABS를 장착할 경우 사고율이 10%포인트이상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BS가 한국에서도 교통사고 발생율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의 경우 2004년부터는 모든 차량이 ABS를 장착토록 의무화될 정도다"
-보쉬그룹은 일류기업으로 꼽힌다.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보쉬는 비상장 유한회사다.
하지만 소유와 경영은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창업자인 로버트 보쉬 이후로는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기업구조는 외부 환경변화에 대해 유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할 뿐더러 외부자본에 대해서도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혁신을 기업의 경영목표로 정하고 R&D(연구개발)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는 점이다.
전체 매출(지난해 약 35조원)의 7%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한국시장과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견해는.
"한국은 일본 중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보쉬의 중요한 고객이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자체적으로 규모가 커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보쉬는 한국내 자동차메이커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메이커들은 빠른 시일내에 놀랄만한 성과를 올렸다.
이들이 세계적인 메이저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경쟁력을 갖춘 관련 기업들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세계 50개국에 2백50여개의 자회사 및 제휴사를 거느리고 1백93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보쉬는 해외 10만5천명을 포함 약 20만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백17억마르크(한화 약 36조5천억원).이 가운데 70%이상을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올렸다.
쿠어 부회장은 "보쉬는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슈투트가르트=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