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車이야기] '시트로앵' .. 3명이 앉을 공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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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왕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시트로엥을 설립한 앙드레 시트로엥(Andre Citroen)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정통 엔지니어이자 군장교 출신이다.
앙드레가 만든 시트로엥 자동차의 엠블렘을 보면 V자 두 개가 아래 위로 겹쳐 있는데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날 시골길을 걷던 앙드레 시트로앵은 농부가 나무 톱니바퀴의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하여 기어를 V자 모양으로 깍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여기에 착안해 만든 것이 바로 꺽쇠 모양의 기어였다.
이후 군 생활을 청산한 시트로앵은 전 재산을 털어 꺽쇠 모양의 기어 공장을 만든뒤 큰 돈을 벌었다.
꺽쇠 기어에서 대성공을 거둔 시트로앵은 당시 유행하던 미국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도입,연간 10만대 생산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해 두번째 성공을 거두었다.
시트로앵은 판매에도 귀재였다.
당시 선발주자였던 푸조와 르노를 꺽기 위해 신차를 몰고 사하라사막을 횡단하기도 하고 코끼리를 차 위에 올려 놓고 시내를 달리기도 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의 광고를 많이 개발했다.
이런 노력 덕분으로 시트로엥사는 1930년에 드디어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파는 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시트로엥이 자동차 역사에 기여한 바는 바로 트락숑 아방(Traction Avant)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같은 시대의 다른 차들과 달리 바퀴를 덮는 펜더가 차체와 일직선이 되도록 설계된 트락숑 아방은 차체 양 옆의 발판 구실을 하던 러닝보드를 제거,3명이 나란히 앉을 만큼의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자동차 디자인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적용된 전륜구동방식의 자동차 동력전달 시스템은 세계 자동차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름부터 "전륜구동(Traction Avant)"이었던 트락숑 아방은 1934년 처음 발표됐다.
엔진이 앞에 있고 긴 드라이브 샤프트를 이용해 뒷바퀴를 굴리던 후륜구동방식에서 벗어나 앞쪽 엔진에서 곧바로 동력을 앞바퀴로 전달하게 설계되어 있어 차체는 낮아지는 반면 실내 공간은 훨씬 더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샤시와 차체가 일체형인 모노코크 방식을 적용해 차체 활용을 극대화하고 엔진 밸브가 위에 있는 오버헤드 밸브 타입의 엔진을 사용,엔진 수리를 한층 쉽게 한 것도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시트로엥은 오토미션의 실패 등 신기술 개발에 잇따라 실패하는 불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타이어 공급회사이자 재정 지원자였던 미쉐린 타이어에 넘기게 됐다.
이 충격으로 시트로엥은 1935년 쓸쓸한 최후를 맞게 되지만 그가 개발한 트락숑 아방은 34년부터 57년까지 23년간 프랑스 차로는 최장수 생산을 기록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어 준 명차로 남아 있다.
김채원 <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