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 심사위원장.서강대 교수 > 1997년 환란의 직격탄을 맞은 우리 금융계는 그간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홍역을 치러왔다. 다수 금융사의 퇴출, 점포정리, 임직원 감축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사외이사제, 외부감사제 등 지배구조 개선에도 힘썼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굵직굵직한 고객 기업들의 파산위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곡예가 끊이지 않아 시장불안이 고조되고 금융사의 동반 부실화가 우려됐던 한 해였다. 올해 금융계의 으뜸 화제는 오랜 산고 끝에 국민.주택 두 은행의 합병으로 국내 처음으로 세계 70위권의 대형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은행합병이 주로 부실은행끼리 합치는 것이었던 반면 새 국민은행은 우량은행간 합병이어서 여타 금융사들에 대한 잠재적 충격이 여러 유형으로 가시화됐다. 새해 2002년에는 잠재적 충격이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는 태풍의 해로 예상된다. 태풍전야, 2001년에 어느 금융사가 얼마나 실속있는 경영실적과 지속적 성장가능성을 이룩하였는가를 판가름하는 것이 이번 심사위원들의 관심사였다. 작년과 다른 점은 은행 증권 생보 손보 투신 여신전문 생활금융 등 7개 분야로 나누어 각각 금상수상 회사를 선정하고 범금융계를 통틀어 최고 경영자 1명을 뽑아 대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는 과거 심사과정에서 회사와 개인의 업적 구별이 곤란했다는 경험과 CEO 중요성의 인식 때문이었다. 작년에 미리 마련해 두었던 계량화 부문(수익성 건전성 등)과 비계량화 부문(CEO 능력)의 채점표를 처음 적용했다. 수상후보 신청회사를 보면 은행에선 조흥.기업.대구은행, 증권업계에서 대신.한국투신증권.LG.메리츠.미래에셋, 생보업계에서 삼성.신한생명, 손보업계에서 LG화재해상.현대해상화재, 투신업계에서 마이다스에셋.삼성투신운용, 신용카드업계에서 LG.국민.비씨카드.연합캐피탈, 그리고 생활금융(금고)업계에서 현대스위스신용금고.삼선동 새마을금고 등이었다. 위원간 열띤 논의 끝에 기업은행 메리츠증권 삼성생명 현대해상 LG카드를 분야별 금상 수상회사로 선정했다. 수상회사를 내지 못한 분야는 주로 평가자료 미비와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 근소한 점수 차이로 수상에서 밀린 애석한 경우들이 있었음을 부기해 둔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최고 CEO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모두 여섯 분이 물망에 올랐었다. 난상토론 끝에 환란 이후 개혁의 바람을 몰고온 위성복 조흥은행장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부실화된 은행을 혹자경영으로 되돌리려는 그의 노력이 평가되었다. 역시 부실은행 회생에 노력이 큰 이덕훈 한빛행장은 재임기간이 짧았고, 오랫동안 최상위급의 은행 경영자로 정평있는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심사위원 전원이 애석해 한 인물이었다. 카드업계의 새 바람을 일으킨 LG카드 이헌출 사장도 높은 점수를 받았고 신세대 금융 CEO 대표주자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도 조만간 대상 후보로 주목되는 인물이다. 내년 심사는 기존 기준을 보다 객관화할 것이고 수상후보를 신청자뿐 아니라 피천거자들을 다수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지난 수년간 수상경력이 있는 금융사와 CEO들도 내년에는 재도전의 기회를 잡아 거듭 영예를 차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