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전략적 제휴 여부가 이번주 중 결정된다. 지난 1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고 있는 양측의 2차 협상에서는 전략적 제휴의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외신 보도와 하이닉스 구조조정 특별위원회측에 따르면 양측은 현재 대금 지급 문제,채권단에 대한 부채탕감 요구,공장설비 및 기능 축소를 포함한 핵심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닉스측은 공장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자금을 끌어오는 데 주력하고 있는 반면 마이크론측은 최소한의 보상으로 회사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시바의 미국공장 인수발표 이후 협상의 주도권을 쥔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인수냐 합병이냐=마이크론의 션 마호니 대변인은 최근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양사 협력의 형태가) 합병이 될지 자산인수가 될지 현재로선 얘기할 수 없다"며 "다만 마이크론은 매우 진지하다" 고 말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마이크론이 최근 도시바의 버지니아 D램공장을 인수키로 한 것처럼 필요한 공장만 골라 인수하는 자산인수방식이나 지난 98년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D램부문을 인수했을 때 적용한 P&A(자산부채인수)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하이닉스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방안이다. 하이닉스 특위측은 지분맞교환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긴 후 단계적으로 합병하는 방안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위측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15~20% 수준의 지분매각은 고려하고 있지만 마이크론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25% 이상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에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면 하이닉스는 주로 생산을 담당하고 연구개발과 마케팅 기능 중 상당 부분은 마이크론이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금유입 등 부대조건 논의=하이닉스는 최대한의 자금을 끌어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이크론의 유동성은 지난 11월 말 현재 17억달러나 된다. 그러나 주식 채권 등의 지급을 고집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론은 TI사 인수시 인수한 공장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비용까지 TI측에 부담시켰던 전례가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에 대해서도 주식맞교환의 대가로 지급한 대금 중 일부를 하이닉스에 재투자토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른 조건들과 맞물려 있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인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자전환 후 6조원 수준인 부채 중 상당 규모의 탕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는 대신 공장설비의 대대적인 감축을 막고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의 기능을 지켜내는 것이 현안이다. ◇향후 일정=하이닉스 특위는 연말까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마이크론측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MOU 체결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양사가 "한 달내 제휴 추진 계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이상 연내에 어떤 형태로든 입장이 정리될 전망이다. 협상을 계속한다는 원칙만 정하고 내년 초로 결론을 미룰 수도 있다. 어쨌든 정밀실사 등을 감안하면 양사가 빅딜협상을 최종 마무리짓기까지는 적어도 1~2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