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있는 타임스퀘어는 관광객들과 뉴욕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9·11테러사태 이후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요즘 이 광장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밤 늦게까지 발디딜 틈이 없다.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록펠러센터 주변과 함께 하루종일 차가 막힌다. 타임스퀘어 인근에 흩어져 있는 뮤지컬극장들도 마찬가지다.12월 초까지만 해도 손님이 없어 고민했으나 요즘은 표를 구하기가 다시 어려워졌다. 팬텀오브오페라 등 유명 뮤지컬은 연말시즌이라는 이유로 아예 가격을 올려받기까지 한다. 링컨센터 인근 74가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곳에 있는 맨해튼 최대 와인스토어에는 포도주를 고르는 손님들로 꽉 차있다. 이 가게를 경영하는 정지영씨는 "올해 연말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기업들의 대량 주문만 약간 떨어졌을 뿐 일반인들의 포도주 구입은 예년과 차이가 없다"며 놀란다. 아프간 전쟁이 끝나가고,기름값이 크게 내려서인지 백화점 쇼핑몰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갤럽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76%의 미국인들이 앞으로 1년 안에 미국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믿고,69%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도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91년,82년의 경기침체기에는 이 비율이 56%,37%에 불과했었다. 증권시장도 '산타랠리'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99년 증시거품이 한창일 때 다우지수가 몇년 안에 36,000까지 올라 갈 것이라는 내용의 '다우 36,000'이란 책을 펴내 전세계 금융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던 케빈 하세트 박사는 비즈니스위크지와의 송년 인터뷰에서 "아직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이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낙관적인 분위기들이 요즘 '미국 경제의 내년초 V자 반등론'에 점점 무게를 실어준다. 여야 간의 마찰로 해를 넘기게 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아예 필요없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게 요즘 미국 경제상황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