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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日王발언과 한.일 관계..李道學 <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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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道學 < 국립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 백제사 > 최근 일본의 아키히토(明仁) 국왕이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말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왜 이 시점에서 일본 국왕이 백제와의 관련을 거론하는지에 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일본 국왕이 자국 왕실의 혈통에 백제 왕실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일본 국왕이 언급한 간무 천황의 생모는 어떤 여인이었을까? '속일본기'(延曆 8년 12월:789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황태후의 성은 화씨(和氏)이고 이름은 신립(新笠)이다….황태후의 선조는 백제 무령왕의 아들인 순타 태자다. 황후는 용모가 덕스럽고 정숙하여 일찍이 명성을 드러냈다. 고닌(光仁) 천황이 아직 즉위하지 않았을 때 혼인하여 맞아들였다. 지금의 임금(桓武天皇:재위 781∼806)과 조량친왕(早良親王) 능등내친왕(能登內親王)을 낳았다. 보귀(寶龜) 연간(770∼780)에 성(姓)을 고야조신(高野朝臣)이라 고쳤다. 지금의 임금이 즉위하자 높여서 황태부인(皇太夫人)이라 했는데,9년에 존호(尊號)를 더 높여 황태후(皇太后)라 했다. 백제의 먼 조상인 도모왕(都慕王)이라는 사람은 하백(河伯)의 딸이 태양의 정기에 감응해서 태어난 사람인데,황태후는 곧 그 후손이다" 위의 기록은 간무 천황의 생모인 다카노 니가사(高野新笠)를 장례 지낸 기록에 덧붙여 그녀의 내력을 언급하고 있는 구절이다. 이례적으로 황후의 용모와 덕성을 칭송하고 있을 뿐 아니라,황후의 뿌리가 되는 백제 조상의 탄생을 신비화시켜 놓은 기록을 인용하고 있다. 백제에 대한 호감이 깊었음을 뜻한다. 그랬기에 간무 천황은 "백제왕 등은 짐(朕)의 외척"이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무령왕 후손은 어떤 연유로 일본국왕의 왕비가 될 수 있었을까? 백제 2인자였던 무령왕의 아버지 곤지는 지금의 남부 오사카인 가와치아스카(近飛鳥) 지역을 개척하여 근거지로 삼았다. 이곳에 남아 있는 아스카베 신사는 곤지를 제사지내는 유서 깊은 유적이다. 무령왕 후손들은 이 일대에 거주하면서 세력을 구축했다. 그곳의 간논즈카 고분을 비롯한 백제계통의 유적들이 옛 영화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백제계 왕비의 탄생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로부터 수백년 세월이 흘렀어도 일본인들은 뿌리를 백제에서 찾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그것을 말한다. "일본 대내전(大內殿)은 자칭 백제 온조의 후손이라 이르고,본국 사신이 그 나라에 가면 재봉할 줄 아는 자를 청하여 단령의(團領衣:깃이 둥근 袍)를 만든다. 일본국은 본래 창고와 역참(驛站)이 없던 것을 대내전이 창고를 짓고 역참을 설치하였으며….이는 우리나라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다(세종 20년 6월10일)" "우리 주인은 바로 백제의 계통을 받은 까닭에 마음을 다하여 대국을 사모합니다. 후추의 종자가 비록 저희 땅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제가 마음을 다하여 구하면 얻지 못할 이치가 없을 것이니 얻으면 보내겠습니다(성종 16년 10월 8일)" "대내전과 우리나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왕래하지 못하고,또 매우 강성하여 일본도 억제하지 못합니다. 신이 고사(古史)를 자세히 살펴보니 백제 때 우리나라 사람이 들어가 살았으므로 늘 우리나라를 형제처럼 여기며,이제 온 서계(書契=문서)에도 그러한 말이 있습니다(중종 19년 9월3일)" 대내전은 백제 임성태자의 후손인 오우치씨(大內氏)인데,서일본 일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봉건 영주였다. 이러한 기록들을 보면 일본 국왕의 발언이 새삼스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5백년 전 일본인들이 조선과의 관계에서 이미 그같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국왕의 발언이 한·일 관계사가 올바로 정립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구원(舊怨)을 털고,선린 우호관계 속에서 21세기가 엮어지기를 기대한다. 역사의 복원과 진실 규명이 한·일 양국에 주는 선물은 '밝은 미래'다. dhhw1957@yahoo.co.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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