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지역·직장보험의 재정분리가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의 건보재정 안정대책이 대폭 손질될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건보재정 특별법 제정이 재정분리 논란에 파묻혀 무산되면서 내년 보험재정은 최소 1천6백억원 이상의 추가 적자를 보게 될 전망이다. 아직 본회의 심의 절차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번 재정분리가 자칫 건보조직 재분리 논쟁으로 이어질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정분리 파장=이번 재정통합이 백지화된 배경에는 직장인의 경우 소득이 유리지갑처럼 1백% 노출되는 반면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평균 30%에 불과하다는 형평성 문제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이 통합될 경우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지역가입자에 비해 과중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재정 분리로 인해 정부의 건보 재정안정 대책에 차질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지난 5월말 재정대책을 통해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직장과 지역 재정을 법적으로는 통합하되 재정계정은 5년간 분리 운영한다'고 발표했었다. 재정통합이란 명분은 살리되 한쪽 주머니(지역건보)의 돈을 다른쪽(직장건보)으로 옮겨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내년부터 전체 지역가입자 진료비의 50%에 해당되는 정부지원금이 지역재정에 투입되면 지역은 당장 흑자기조로 돌아서는 반면 직장은 계속 적자가 확대되는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나 재정이 분리되면 직장건보는 스스로 돈을 빌려 보험급여를 감당해야 한다. 이 경우 직장가입자는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재정분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조직 재분리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비상걸린 건보 재정=건보재정 특별법 제정이 결론을 못 내림에 따라 보험재정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여야는 특별법 제정 문제를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재론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때 담배 부담금 인상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더라도 공포후 시행까지는 한달 이상이 걸린다. 실제 건보재정에 돈이 투입되는 것은 내년 4월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경우 복지부의 당초 계획에 비해 매달 5백50억원씩 석달간 총 1천6백50억원의 수입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올해 보험재정 추가 적자액 7천3백75억원이 내년으로 이월되는데다 담배부담금 인상도 늦춰짐에 따라 내년 건강보험의 당기 재정적자는 정부 목표치(1조4천억원)를 훨씬 넘는 2조3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