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를 풍미했던 기술 및 통신주들이 앞으로도 유망할까. 역사적으로 볼 때 답은 "NO"다. 최근 미국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지난 10년간 증시를 견인했던 "스타주"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지난 9.11테러 직후 폭락했던 하이테크 관련주가 다시 반등하면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에도 기술주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란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추세를 보면 기술 및 통신주는 이제 "저무는 주식"에 속한다. 이들은 인기가 식어버린 금융 에너지 등의 그룹에 들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기타범주에 속하게 될 것이다. 클리퍼펀드의 펀드매니저인 짐 깁슨은 "한번 증시를 크게 띄워놨다 떨어진 종목이 연이어 다음 랠리를 이끈 경우는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증시가 급반등할 때 이전에 잘 나갔던 종목을 다시 매입하는 실수를 종종 저지르게 된다. "왕년의 스타주"들은 보통 침체장 직후에는 한동안 오름세를 나타내지만 이전만큼 증시를 주도하지 못하게 된다. 증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강세장을 이끄는 주도주들의 드라마같은 급등락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석유 관련주는 지난 70년대말 정점을 맞았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불황을 극복해 나가면서 오히려 빛을 잃었다. 외국기업 주식들은 미국에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엄청난 투자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큰 재미를 못보고 있다. 시가총액이 작은 주식들은 74년부터 10년간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시들해졌다. 기술주들은 이번만은 예외라고 강변할 지 모른다. 기술부문만큼 수익 잠재성이 큰 업종이 없기 때문이다. 텔레콤에 대한 환상을 아직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이 부문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공급과잉 문제가 앞으로 2~3년안에 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주장은 사실로 판명날 수도 있다. 지난 9월21일 이후 하이테크 업종이 나스닥시장에서 무려 40% 오른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부문은 기대수익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 주가가 악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면 다음 주도주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역사가 증명해주지 못한다. 경기침체 직후에는 보통 소매 금융 전기 등의 분야가 유망하지만 이들 주식 역시 고평가돼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