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박덕규 협성대 교수(43)가 '시인열전'(청동거울)을 펴냈다. 20세기 한국 시문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작고 시인 9명의 문학과 일생을 정리한 것.한 편의 시처럼 살다간 그들의 삶,작품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면 세계는 어떠했을까. 첫 장에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짧았던 밤들아'로 시작되는 기형도의 '빈 집'에 얽힌 사연과 '열무 삼십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하고 눈물을 자아내는 '엄마 걱정',만 29세 생일을 엿새 앞두고 그가 심야극장에서 요절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한수산 필화사건에 연루됐던 박정만과 2년 전 세상을 뜬 '국토'의 조태일,억압에 대한 저항과 자유를 노래한 김수영,'서시'의 윤동주,월북시인으로 외면받다 해금된 백석,저항시인 이육사,'향수'의 정지용,요절한 천재시인 김소월의 삶도 아릿하게 재현돼 있다. 저자와의 인연을 직접 소개하는가 하면 그들의 친필이나 희귀 사진까지 실어 더욱 흥미를 끈다. 앞부분의 '미리 읽어보는 서정시 20편' 또한 아름답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