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 돌풍과 배당투자 열풍' 올해 증시에서 가장 주목됐던 트렌드다. 상반기 기업 내재가치가 높은 가치주의 돌풍에 이은 하반기 배당투자 바람은 '묻지마 투자'로 대변됐던 국내 증시의 낙후된 투자문화를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렸던 국내 기업의 가치와 주가간의 '괴리'(격차)를 좁혀 기업의 '주가 제자리 찾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가치주와 고배당주의 부상은 '주가의 고향은 실적'이라는 주식시장의 진리를 투자자들에게 새삼 일깨워줬다. 작전이나 은밀한 내부 정보가 아닌 실적과 그 토대가 되는 기업 내용 등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정석투자'야말로 주식투자의 '왕도'라는 교훈을 남겼다. 실제 올해 정석투자의 성적표는 놀랍다.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가치주 60종목의 경우 지난해 연말(12월26일) 종가 대비 지난 24일 현재까지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79.1%나 된다.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28.11%)과 코스닥지수 상승률(30.14%)의 2.6~2.8배에 이르는 것이다. 그만큼 올해는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던 가치주들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가치주 돌풍=가치주의 대명사로 통하는 태평양과 신세계의 활약상은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 2만6천8백원이던 태평양의 주가는 지난 24일 11만1천5백원으로 무려 3백16%나 올랐다. 신세계도 4만5천1백원에서 13만5천5백원으로 3배 이상 주가가 뛰었다. 이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지배력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춰 불황을 이겨내면서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대백화점 LG홈쇼핑 금강고려화학 휴맥스 LG건설 엔씨소프트 이루넷 대림산업 하나은행 호남석유화학 삼영열기 LG애드 등도 주가가 두배 이상 오른 종목들이다. 현대자동차 대웅제약 동아제약 삼성화재 신도리코 등도 가치주의 성가를 높인 종목들로 꼽힌다. 한경 가치주 60종목중 지난 연말에 비해 주가가 두배 이상 오른 종목만도 15개나 된다. ◇배당투자 바람=올해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칠치면서 배당투자는 저금리시대의 유력한 투자방식으로 재평가됐다. 시중금리를 웃도는 높은 배당수익에다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이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은행이 아닌 기업에 저축하자'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고배당 기업은 중장기 투자세력인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의 편입 종목으로도 인기를 끌면서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한경과 삼성증권이 장기 배당투자 유망종목으로 뽑은 S-Oil LG화학 현대모비스 LG전선 현대백화점 삼성정밀화학 호텔신라 현대미포조선 이수화학 등 30개 종목은 대부분 연초에 비해 주가가 크게 올랐다. 30개 종목의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순이익/자기자본)는 지난해 10.7%로 시장 평균인 6.7%를 4%포인트나 웃돌았다. 올해 예상 ROE도 11.5%로 시장 평균치(7.8%)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