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정수용 <빙그레 사장> .. 구조조정 성공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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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311-1번지.
88도로에서 판교~구리간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구리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40m(6층) 높이의 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빙그레의 본사겸 공장인 일명 '독수리요새'다.
이 건물은 보온 등을 위해 벽두께를 무려 1.5m로 만들어 비행기가 부딪혀도 끄떡없을 것이란 뜻에서 직원들이 붙인 별명이다.
독수리요새에는 빙그레가 올 한햇동안 치열하게 이뤄낸 구조조정의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빙그레는 지난 7월 국내 '유행 1번지'인 압구정동 소재 사옥을 눈물을 머금고 기아자동차에 3백억원에 팔아넘기고 이곳으로 본사를 옮겼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1년여동안 이런 구조조정을 지휘한 빙그레 정수용 사장의 사무실도 이 건물 4층에 있다.
간이 칸막이로 막아 만들었다.
"처음엔 서글픈 마음도 없잖았지요. 그러나 이익 창출에 도움을 주지 않는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전부 정리한다는 구조조정의 대원칙 앞에선 연연할 여유가 없었지요"
정 사장은 사옥매각 대금 전액을 빚갚는데 사용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1백30%로 낮춰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한화그룹에서 분리되기전 90년대초반 1천%, IMF 이전인 96년 4백40%, 2000년말 1백90% 등의 부채비율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개선된 재무구조다.
정 사장이 한햇동안 주도한 사업 구조조정은 이 뿐만 아니다.
압구정동 520번지 부지와 도농공장 인근 창고부지 매각 등 비부가가치 자산을 정리했다.
저수익 사업도 과감하게 수술했다.
베이커리 체인사업인 썬메리는 30억원을 받고 삼립식품에 팔았다.
냉동만두 사업과 초코케익 사업은 아예 없애 버렸다.
특히 만성 적자를 지속해온 라면사업을 독립 조직으로 떼내 수익성을 갖추도록 하는 체제로 바꾸었다.
생산과 영업을 한라인으로 묶어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생산 품목수도 메운콩라면 뉴면등 경쟁력 있는 핵심제품 위주로 다시 짰다.
라면 사업은 내년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내후년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정 사장은 전망하고 있다.
CEO에 오른지 1년여에 불과한 정 사장이 이처럼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은 회사 전반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비핵심적인 부문을 끌어가는 것은 회사전반에 걸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판단을 내리는데는 지난 92년 관리담당 상무로 빙그레에 합류한 이래 생산본부장, 영업본부장, 중부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의 과단성은 압구정동 사옥 매각 때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사옥 매각은 지난 96년부터 추진해왔으나 매각대금 문제로 인해 5년 동안이나 질질 끌어왔던 사안.
어느 누구도 결단을 못내렸기 때문.
정 사장은 취임 직후 장부상으론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파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이를 실천에 옮겼다.
그가 이처럼 추진력을 갖고 일할 수 있는데는 정 사장을 직접 스카우트한 김호연 회장의 절대적 신임도 큰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주변에선 분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기고 선후배(정 사장이 5년선배) 사이로 지난 84년 일본 히도쓰바시(一橋)대학(옛 도쿄상대)의 경제학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다.
정 사장은 구조조정을 이끌면서도 올해 사상최대의 영업실적(9월 결산법인)을 올렸다.
이는 최근 열린 이사회와 주총에서 김 회장과 일반 주주들로부터 재신임을 얻는 바탕이 됐다.
연간 매출액은 처음으로 5천억원선을 넘어선 5천1백52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2.5% 성장했다.
영업 이익은 전년대비 34% 신장한 2백78억원.
"영업이익 신장률이 매출 신장률을 앞질렀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입니다. 양적 성장을 앞지르는 수준으로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 부채규모도 크게 줄었기 때문에 차기 회계연도의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정 사장은 올해 일궈낸 구조조정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향후 5년내 매출 1조원, 경상익 7백억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이를위해 최대 주력 사업이자 연간 시장규모가 2조원에 이르는 유음료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유음료시장은 40개업체가 난립해오다 최근 상당수 업체가 퇴출되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지요. 올해초 내놓은 5n캡슐우유등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자신이 있습니다"
그는 차세대 수종사업 등 신규사업에도 도전할 방침이다.
특히 상온유통망을 통해 공급할 수 있는 식품분야를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주력화 할 생각이다.
이를위해 사내외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신규사업 아이템에 대한 연구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다.
"모든 사업은 신중하게 준비하되 결정이 이뤄지면 과감하게 뛰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바탕은 철저하게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정 사장은 '기업경영은 퍼즐맞추기 게임'이라는 이색적인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퍼즐 조각을 하나 하나 맞춰가다 보면 마지막엔 멋진 그림이 완성됩니다. 중간에 놓는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은 모두 완성을 위한 의미있는 포석이고 단계이지요"
그런면에선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정 사장이 퍼즐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포석을 해나갈지가 주목된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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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50년 충북 충주 출생
경기고(68년).서울대 경제학과 졸업(76년)
일본 히도쓰바시대학 경제학부 대학원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
75~80년 합동통신(현 연합뉴스) 외신부.사회부 기자
81~90년 산업연구원(KIET) 연구원, 도쿄사무소 근무
90~92년 한양유통 유통경제연구소
92~2000년 빙그레 관리본부장(상무), 영업본부장, 생산본부장
2000년 10월~현재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