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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삶-소설속의 직업] (9.끝) '특수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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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오늘도 죽으러 가기 위해 구두끈을 졸라매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소설이 있다. 조해일의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매일 죽는 사람"이다. 독자들은 처음에 의아해 했지만 소설을 읽고서야 그가 영화 엑스트라인 걸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영화라는 대중예술이 낳은 신종 직업 하나가 우리 소설사로 편입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직업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같은 예로 황석영의 "장사의 꿈"에도 장대한 기골 덕분에 포르노 배우로 이용당하다가 버림받는 인물이 등장한다. 1970년대부터 이처럼 대중문화 시대는 열리고 있었지만 거기서 탄생한 특수직종은 결코 선망의 직업일 수 없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팔아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일 뿐이었던 것이다. 고도 산업사회인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특수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이 매체 관련 종사자들이다. 대표적으로 최수철의 '내 정신의 그믐'에 등장하는 광고 기획자.그는 각종 상품광고 디자인을 하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4년 간의 직장 생활로 인해 누적된 피로와 중압감 그리고 비인간적인 측면에 환멸을 느끼며 광고 모델 여자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출판매체 관련직.윤대녕의 '사막의 거리,바다의 거리'에는 북에이전시에 근무하는 인물이 나오는데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면서 그 직업을 최대한 활용해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도 한다. 그는 프랑스 현대소설 번역 건으로 한 여성을 만나 사막처럼 황량한 도시에서 푸른 바다와 같은 사랑을 나눈다. 방송매체와 관련해서도 특수한 직종이 많이 생겨났다. 김미혜의 '움직이는 벽'에 등장하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모니터 요원.주부인 그녀는 오랫동안 모니터링 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적으로 고전음악에 반쯤 도가 튼 음악 전문가가 돼 있다. 한편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비만 불륜 등과 관련된 고민이 넘쳐흐르고 이와 관련된 각종 직업이 생기고 있다.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에는 에어로빅 여강사가 등장한다. 뚱뚱한 중년 부인들 중에는 남편의 불륜에 충격 받아 날씬해질 목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에어로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에어로빅 강사는 그런 부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자신도 유부남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부부 간의 불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강민주는 여성 상담소 직원.매일 폭력을 휘두르거나 바람난 남편들에 의해 학대받는 여성들의 하소연을 듣던 그녀는 결국 남성에 대한 증오심이 폭발하면서 영화배우 백승하를 납치해 테러를 가하다가 심복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신조의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에서의 사설탐정도 신종직업.그는 이유 없이 실종돼 기억을 잃어버린 남편을 찾아주기도 한다. 이수경의 '빈 의자'의 산업 강사는 기업을 돌아다니면서 사원들에게 고독한 군중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강의하는 유명강사.한데 정작 스스로는 강의가 없는 날 집에서 포르노 테이프를 틀어 놓고 고독을 달랜다. 이 외에도 여행 가이드(함정임의 '휴일'),인테리어 전문가(김원우의 '산비탈에서 사랑을'),문신 기술자(천운영의 '바늘'),러브호텔 청소부(김인숙의 '모텔 알프스') 등 특수한 직업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어쨌든 이들도 이제는 당당한 직업인이고 이들이 흘리는 소중한 땀방울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나날이 그 모습을 달리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문흥술(문학평론가.서울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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