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들의 사돈맺기가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김석성 전 전방 회장,조석래 효성 회장과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이 각각 사돈이 된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박정구 금호 회장과 허진규 일진 회장이 사돈을 맺는다. 재벌들은 "몇다리 건너면 사돈"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혼맥이 이리저리 얽혀 있다. 일부 그룹은 사세 확장을 위해 통혼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녀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돈관계를 맺는 그룹이 대부분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호그룹 박정구 회장의 3녀 은혜씨(25)는 27일 오후 5시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차남 재명씨(31)와 결혼식을 올린다. 이들 커플은 미국 유학 중에 만나 교제를 시작했으며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재명씨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계열사인 일진소재산업에서 근무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에서 최고경영자과정(MBA)을 밟고 있다. 금호 관계자는 "이번 결혼은 외부 인사를 초청하지 않고 양가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야 한다는 박 회장의 특별지시에 따라 그룹 안팎에 거의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장녀 은형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선협씨와 혼인했으며 차녀 은경씨는 한국철강 장상돈 회장의 차남 세홍씨와 결혼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이 사돈관계를 맺었다. 조 회장의 장남 현준씨(33·효성 전략본부 전무)와 이 회장의 3녀 미경씨(25)가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세인트폴 고교에서 혼례를 올린 것.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조 전무는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미쓰비시 상사와 모건스탠리를 거쳐 97년 효성그룹에 합류했다. 미경씨는 고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음대 NEC(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귀국해 현재 서울대 음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재원이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김석성 전 전방 회장도 지난 10월4일 2세인 유경씨(32)와 종엽씨(33)가 백년 가약을 맺어 사돈이 됐다. 정 명예회장의 1남2녀 중 막내인 유경씨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공부했으며 지난 7월까지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했다. 김 전 회장의 1남4녀 가운데 막내인 종엽씨는 미국 벨뷰대 출신으로 전방 계열 내의류 생산업체인 전방군제(주)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현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겸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미래경쟁력 분과위원장)은 올해 9월 사돈의 연을 맺었다. 조 회장의 차남 현범씨(29)와 이 전 회장의 3녀 수연씨(26)는 지난 9월2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화촉을 밝혔다. 현범씨는 보스턴대를 졸업하고 지난 97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했으며 수연씨는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했다. 지난해에는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과 구자훈 LG화재 대표가 각각 장남 재영씨(32)와 3녀 문정씨(27)의 혼인으로 사돈이 됐다. 구 대표는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이다. LG는 삼성 대림 등과도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