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최근의 엔저(低) 현상에 대해 일본 정부에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26일 오전 김용덕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1급)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재무성 차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최근의 급격한 엔저(低)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김 정책관은 이 전화통화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엔가치 하락(환율 상승)이 세계경제, 특히 동북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일본 정부가 고의적으로 엔저를 추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구로다 차관은 "최근의 엔하락은 일본 정부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관은 또 진념 경제부총리가 지난 24일 "급격한 엔화 하락이 아시아지역에 통화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엔화가 안정되도록 일본정부가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관은 이날 기자와 만나 "급작스런 엔화 약세에 대해 일본측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필요시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 정부와 긴밀한 연락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일본측에서 의도적인 엔화 절하에 나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미조구치 젠베이 일 재무성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오전 "최근의 엔화 하락은 다소 지나쳤던 엔 강세에 대한 조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밝히면서도 "급격한 환율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재무성은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의 엔저 현상으로 인해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일제히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금융가에서는 달러당 1백35엔이 돌파되면 아시아권 공동의 엔저 대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