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사이버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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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 자운서원(紫雲書院)엔 이이(李珥·1536∼84)선생의 묘와 함께 율곡기념관이 있다.
2층 건물 1층엔 율곡과 신사임당의 그림 편지등 유물이 전시돼 있지만 대부분 복제품이고 그나마 관리가 안돼 손상된 것 투성이다.
게다가 겨울철엔 난방이 안돼 관람객들이 마음 놓고 둘러볼 수조차 없다.
기념관이란 후손들로 하여금 훌륭한 인물을 잊지 않고 오래 기리도록 하기 위해 만드는 곳이다.
고인의 생애 및 업적을 담은 글과 유물ㆍ유품, 관련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보여주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기념관 가운데는 율곡기념관처럼 자료의 내용이 부실하거나 관리 운영이 제대로 안돼 건물만 휑뎅그렁 서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인터넷 상에 생겨나는 사이버기념관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인물기념관의 경우 고인의 삶과 사상 행동 업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고인에 대해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이버기념관을 이용하면 좌우명이나 연설문 등 관련자료를 프린트하거나 음성기록을 다운받아 간직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특정한 장소나 공간이 주는 감회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기념관에선 건물의 규모가 주는 선입견이 고인에 대한 존경심을 빼앗는 수도 흔하다.
게시판을 통해 남들의 생각을 살펴보거나 운영자및 다른 관람자와의 의견교환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 또한 오프라인 기념관에선 어려운 일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과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사이버기념관이 생긴데 이어 고 한경직(1902∼2000)목사의 사이버기념관(www.revhan.net)이 문을 연다고 한다.
국내외 네티즌들에게 한 목사의 삶과 사상을 전하기 위해 한 목사의 유품ㆍ유물 사진, 설교자료, 관련논문, 동영상 등을 모두 모아 꾸민다는 것이다.
영락교회 설립자로 일생동안 선교와 교육, 사회봉사에 힘쓴 뒤 남한산성의 외딴 집 조그만 방에서 기도로 여생을 보낸 한 목사의 신실한 삶이 사이버기념관을 통해 보다 널리 알려졌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