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는 가라,한글이 나가신다" 쌍용건설이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지을 주상복합아파트에 "경희궁의 아침"이란 브랜드를 도입한 지난 5월만해도 주상복합 분양시장에선 국적 불명의 브랜드가 판치고 있었다. 쌍용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옛 경희궁 자락에 건립하는 점을 감안,우리말 브랜드인 "경희궁의 아침"으로 선택했다. 사내에서도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다소 모험적인 시도였지만 결과는 대박으로 나타났다. 외래어 브랜드에 식상한 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임대수요가 풍부한 도심에서 처음 선보이는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모델하우스는 연일 청약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단지라는 물량 부담에도 불구,"경희궁의 아침"은 견본주택을 오픈한지 한달여만에 1백% 완전분양되는 기염을 토했다. "경희궁의 아침"의 대박은 신선한 한글 브랜드에 힘입은 것만은 결코 아니었다. 임대사업을 위한 최적의 입지,상품자체의 경쟁력,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였다. "경희궁의 아침"은 우선 정부중앙청사를 비롯한 각종 행정기관과 국내외 대기업 사옥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해 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을 흡인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도심 주거시설이지만 녹지 면적이 3천5백평에 달할 만큼 환경친화적으로 단지를 설계한 것도 수요자에게 어필했다. 전용률을 일반 아파트에 버금가는 최고 84%까지 끌어 올렸고 내부엔 지문인식도어 천정 매립형 멀티 에어콘 등을 갖춰 명실상부한 도심 고급 주거전용 상품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한 것도 분양 성공의 요인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효한 것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은 미국 LA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 직접 참석,교포들을 대상으로 해외 "CEO 마케팅"을 벌였다. "King's Garden"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경희궁의 아침"은 국내 분양 이전에 현지에서만 1백가구가 넘게 계약되는 성과를 얻어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해외에서 상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후 국내 분양에 나서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라며"입소문이 국내에까지 퍼지면서 문의가 폭주해 분양전에 이미 성공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쌍용은 떴다방 등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엄선된 실수요자들에게 우편물(DM)을 발송하는 한편 전화마케팅을 통한 사전 청약을 시장에 뿌리 내리게 하는데도 기여했다. "경희궁의 아침"은 그 자체로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한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강북 도심의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 분양을 활성화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게 부동산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실제로 "경희궁의 아침" 이후 도심에선 한글 이름의 수익성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 강남권에 편중됐던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계기가 됐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