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은 저금리와 중소형주택 공급부족 여파로 시중자금이 많이 유입된 주택부문이 주도했다. 연초부터 심상치 않던 전.월세난이 이사철마다 반복되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불씨가 됐다. 여유자금이 많이 몰린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30%이상 급등하면서 아파트가격 상승을 선도했다. 이같은 열기에 힘입어 주상복합 오피스텔에도 청약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동 부동산중개업소인 '떴다방'들이 유난히 극성을 부렸다. 주택시장 활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시 동시분양 청약열기다. 지난 2월부터 11차례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된 물량은 2만4천3백9가구로 작년(2만4천2백28가구)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청약경쟁은 치열했다. 서울시 1순위 자격자를 기준으로 작년말 16만3천2백20명이던 청약자는 올해말에는 28만7천6백31명으로 76%나 증가했다. 평균청약경쟁률 역시 지난해 6.6대 1에서 올해는 11.9대 1로 치솟았다. 9차 동시분양에서는 21.1대 1이란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 상승도 두드러진 대목이다. 그동안 전세에 비해 상승률이 낮았던 매매가는 서울이 10.3%나 뛰어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97년 10월 평당 6백63만원이던 매매가는 외환위기이후 폭락했다가 99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11월말엔 6백78만5천원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곳은 강남지역의 재건축대상 아파트.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시 재건축 아파트들의 매매가 상승률은 30.1%로 일반아파트의 상승률을 훨씬 웃돌았다. 도곡동 주공 저층아파트의 경우 평당 3천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세의 월세전환 확산이 가속화된 한 해이기도 했다. 전세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전문가들의 연초 예상을 뒤엎고 한 해 내내 혹독한 전세난이 재현됐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대거 월세로 돌리면서 연초에는 월세 비중이 70%를 넘어서고 월세이율도 연 20%를 넘어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중소형주택 부족현상은 소형주택 의무건립비율제를 부활시키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12월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3백가구이상 신축단지를 대상으로 전체가구수의 15~25%를 전용면적 18평형 이하로 짓도록 했다. 소형주택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고 재건축아파트값의 고삐를 잡겠다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반인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되돌려 주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선보여 주목을 받았으나 성과는 미흡했다.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 1호는 일반공모에서 경쟁률이 간신히 1대 1을 넘어섰고 일반리츠 1호는 공모금액이 적어 사업이 무산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토지시장을 비롯 상가 업무용빌딩시장 등도 침체국면은 벗어났으나 주택시장에 눌려 수요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