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베일에 싸인 패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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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패스21의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회사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선 회사에 찾아가도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어떻게 기술을 갖게 됐는지 알 수 있도록 연구소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을 회사측은 거부했다.
기술을 확보한 경위에 대한 공식 답변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윤태식씨가 감옥에 있으면서 독학으로 지문인식 기술을 체득했고 감옥에서 나와 연구인력을 모아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김석구 패스21 사장)는 것이다.
중학교 중퇴학력의 윤씨가 감옥에서 광학,이미지 프로세싱,소프트웨어 등 해당 분야 전공자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고도의 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렇지만 윤씨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는 9개나 된다.
중동지역에 1억달러를 수출했다는 패스21의 공식 발표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회사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회사측은 기자들의 확인 전화가 향후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미 윤씨의 비리 등이 공개된 마당에 계약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미국의 지문인식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베리디콤사를 인수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인수가액을 요청했지만 "경쟁업체가 인수가를 알면 문제가 된다"는 애매한 명분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패스21의 자회사가 정·관계 로비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나온 탓에 현황을 물었지만 핵심 자회사를 언급하지 않다가 나중에 기자가 다그치자 "잠시 착각했다"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회사를 방문한 정·관계 인사가 누구인지,국가정보원 직원과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모르겠다"거나 "전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윤씨 구속 이후 패스21은 일관되게 "회사와는 상관 없는 개인 대주주의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개인의 문제로 회사가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태도다.
그러나 벤처의 생명인 기술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면 패스21은 윤씨와 한 몸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김남국 IT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