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락이 발생한 27일 주가가 당초 예상과 달리 급등했다. 매수차익거래잔고의 청산 물량이 우려했던 만큼 많지 않았던 데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모처럼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선물 매매 패턴에 따라 장중 등락은 있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가 단숨에 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환매로 빠져나갔던 연기금과 정부 기관의 자금이 이날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에 재분배되면서 기관의 주식 매수 여력을 크게 키워줬다. 기관은 이날 지난 7일(1천5백65억원)이후 가장 많은 1천4백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매수차익거래 잔고 왜 청산 안됐나=이날 출회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은 모두 1천7백58억원.전날까지 4천3백억원에 달했던 매수차익거래 잔고의 절반에도 크게 못미친다. 청산 물량이 적었던 것은 거래소에 신고된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실제와 달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전균 과장은 "오전 한때 시장 베이시스가 마이너스 1.6까지 벌어졌는데도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지 않았다"면서 "주가지수선물 12월물 만기 때 3월물로 롤 오버(이월)된 것으로 신고된 6천8백억원과 전날까지의 매수차익거래 잔고 4천3백억원이 잘못된 데이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매물이 나오지 않자 잠재적인 대기 매수세가 유입돼 선물가격이 폭등했고 장중 한때 시장 베이시스가 콘탱고(선물가격 고평가)로 전환돼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기도 했다. 장기증권저축과 관련된 차익거래가 많아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많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매수차익거래 잔고에 회전율이 제한돼 있는 장기증권저축 가입 자금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 대규모 매수 배경은=연말을 앞둔 종가 관리 목적의 '윈도 드레싱'이라는 분석보다는 '실탄' 확보에 따른 선취매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등 외국계 투자자의 경우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연말에 '윈도 드레싱'을 하지만 국내의 경우 세법이 달라 기관투자가의 '윈도 드레싱'이 별로 없다는 게 증권가의 지적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11월과 12월 초 환매로 빠져 나갔던 연기금과 정부 기관의 자금이 전날과 이날에 걸쳐 기관에 재배분됐다"면서 "자금 여력을 갖춘 상태에서 우려와 달리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지 않고 지수가 20일 이평선을 회복하며 기술적으로 장대 양봉을 만들어내자 기관이 대거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 있지만 내년 경기와 증시에 대한 전망이 좋은 만큼 올해 주식을 사서 보유한 채 내년을 맞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기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전망 및 투자전략=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경험적으로도 연말에 이듬해의 경기와 증시 전망이 좋으면 1월 장이 강세를 보여왔다"면서 "엔화가치가 추가로 급락하지 않을 경우 '재뉴어리 이펙트(1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정보팀장은 "엔화가치 하락에 연동된 원화 약세로 당분간 외국인 매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의 공백을 국내 기관이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관 매수세만으로는 증시가 강하게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같은 업종 내에서도 철저히 재료가 있는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