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조립PC시장이 사는 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1년 12월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두가지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하나는 성수기를 맞아 북적대는 인파다.
겨울방학을 맞아 새 PC를 갖는다는 생각에 한껏 들뜬 학생들이 부모들과 함께 몰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눈에 띄게 줄어든 조립PC 매장이다.
조립PC의 대명사로 불리던 용산전자상가에서 조립PC시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가장 목이 좋은 전자랜드는 이미 대기업 및 중견기업 대리점이 대부분 매장을 장악하고 있다.
조립PC 매장을 운영하던 상인들도 앞다퉈 대리점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립PC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대기업과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파고 드는 중견PC업체들에 눌려 한숨만 쉬고 있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 국내 PC보급에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조립PC시장이 이대로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국내 정보화를 앞당긴 주역인 조립PC가 살아남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조립PC가 살아남기 위해선 '고급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성양복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맞춤양복이 존재하는 것처럼 조립PC도 단순히 저가에 의존할게 아니라 고객의 니즈(요구)에 맞게 제품을 고급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제 장인정신에 따라 만든 명품 조립PC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맞춤형 조립PC는 나만의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최근 조립PC업체들이 중견PC업체들의 저가공략에 맞서기 위해 싼 부품을 쓰는 것이 큰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장 몇 대 더 팔기는 쉽겠지만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조립PC에 대한 불신만 키워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거대한 유통망을 갖추고 가격할인공세로 나오는 메이커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연말이면 용산전자상가에 조립PC를 사려고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조립PC가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 PC시장에서 당당히 한몫을 해낼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경근 IT부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