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국회도 정쟁으로 지샜다는 부정적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국회는 연초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을 시작으로 △구여권의 안기부자금 유용 △언론사 세무조사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에 휘말리면서 정책대결보다는 정치공방에 치중했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 통일부장관 국방장관 등 정부각료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5건이나 제출 됐고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친북정권' 발언 등으로 국회가 파행되는 사태가 줄을 이었다. 또 국회는 임시회와 정기회를 포함, 한해동안 모두 3백52일간 열렸으나, 상당기간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한나라당 정인봉 의원 등 정치인들의 검찰소환을 막기 위한 '방탄국회'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자연히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대정부질문은 정치선전장으로 전락했고, 각종 민생.경제법안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태를 재연했다. 재정 건전화법과 예산회계법 등 재정관련법을 비롯해 금융이용자보호법과 은행법, 사립학교법, 정부조직법, 방송법 등 굵직한 법안들이 여야의 이해관계로 처리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철도민영화와 주공-토공 통합관련 법안도 내년 대선을 의식한 여야의 노조 눈치보기로 인해 무산됐다. 10.25 재.보궐선거로 한나라당이 과반수에서 1석 모자라는 거야로 변신하면서 국회주도권을 사실상 장악했으나, 교원정년연장을 골자로 하는 교육공무원법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등 힘의 정치로 일관하다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성과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우선 모두 2백47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작년에 비해 1백여건이 늘어난 수치다. 이중에는 부패방지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자금세탁방지법 등의 개혁법안과 상가임대차보호법, 모성보호관련법, 특별소비세법, 법인세법 등 민생.경제법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운회운영의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대정부 질문시 일문일답제도를 도입했고, 짝수달의 국회개회를 정례화해 상시국회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