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情又遣今年去, 무정우견금년거 有力難回此夜窮. 유력난회차야궁 萬古消磨應是夢, 만고소마응시몽 人生老在不知中. 인생노재부지중 ----------------------------------------------------------------------------- 무정한 세월 한 해를 또 이렇게 보내는구나/ 이 밤이 새는 것을 그 어느 장사가 되돌릴 수 있으랴/ 만고에 쌓인 시름 모두가 꿈인 것을/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절로절로 늙어만 간다네. ----------------------------------------------------------------------------- 조선왕조 말엽의 여류시인 박죽서(朴竹西)가 "섣달 그믐날 밤"을 읊은 시이다. 흘러가는 세월에는 애당초 감정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세월을 두고 무정하다고 푸념을 한다. 따지고 보면 이는 모두 사람들 저마다의 곤궁함이나 초조함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시간은 영겁(永劫)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사람은 그 시간의 띠위에 한 점 외로운 존재일 뿐이다. 섣달 그믐날 밤이 새면 설날 아침이다. 그 아니 좋은가! 이병한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