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으면 산이 높다 .. '격언.명언으로 되돌아 본 2001 증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 증시는 경기 저점 논쟁과 미국 테러 사건 등으로 변동성이 무척 심했다.
연중 저점(460선)과 고점(710선)간 차이도 250포인트에 달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잇따른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에도 좀처럼 꿈쩍도 않던 증시는 오히려 사상 초유의 대악재로 여겨졌던 미국 테러 참사 이후 급반등,"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말을 새삼 실감케했다.
◇부지런해야 돈을 벌면 약세장=1월과 4월의 단기 유동성 랠리는 반등기간이 짧고 상승률도 높지 않아 어지간히 부지런한 투자자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게을러야 돈을 벌면 강세장,부지런해야 돈을 벌면 약세장'이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에서의 단기적인 상승세)였다.
1월22일 단기 고점(627.45)을 찍은 종합주가지수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4월10일 491.21까지 추락했다.
미국 증시 폭락과 함께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졌다.
지수가 5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자 절망감에 휩싸인 '개미군단'(개인투자자)은 서둘러 손절매에 나섰다.
그러나 지수는 곧바로 반등세로 돌아서 5월29일 632.0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절망 속에서 팔게 되면 항상 싸게 파는 결과가 빚어진다'는 격언을 곱씹어야 했다.
◇기업 수익이 늘어나는 한 주가 상승은 멈추지 않는다=올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내수 가치주의 돌풍은 '기업 내용이 유망하면 언젠가 그 대가는 있게 마련'이라는 피터 린치의 웅변을 증명했다.
단기적인 장세흐름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내용만 보고 투자한 사람들은 가치주 열풍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가치주의 대명사인 태평양은 연초 2만7천5백원에서 13만2천원으로 무려 3백80%나 올랐다.
신세계도 같은 기간 4만5천8백50원에서 13만9천원으로 2백3%나 상승했다.
현대백화점도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3백68%에 달했고 LG홈쇼핑은 1백65% 상승했다.
금강고려화학 LG건설 대림산업 하나은행 휴맥스 엔씨소프트 이루넷 등도 주가가 두배 이상 뛰어 가치주 '전성시대'를 장식했다.
불황을 이겨낸 이들 기업은 '수익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 그 무엇도 주가 상승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격언을 현실로 보여줬다.
◇꽃이 지는 것은 잠깐='반짝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광우병·구제역이 확산돼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가자 백광소재 한성기업 마니커 등이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는 종목으로 분류돼 한때 급등했다.
또 보물섬 관련주,전쟁 관련주,자산주 등도 '하루살이' 테마주로 등장했다.
그러나 백광소재의 경우 연초 1만4백원으로 시작,1만2천4백50원으로 폐장돼 주가 상승률(19.71%)이 지수 상승률(33.16%)에도 못 미쳤다.
한성기업은 27% 하락했다.
단기 테마주의 기승은 '꽃이 피기는 힘들어도 지는 것은 잠깐'이라는 말을 떠오르게 했다.
◇폭락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9·11 미국 테러 참사로 인한 주가 폭락사태는 '아무리 장세 예측에 열중해도 폭락장은 사전에 알 수 없다'는 말을 되새기게 했다.
전 세계 증시의 연쇄적인 폭락세 속에 종합주가지수도 9월17일 460선으로 추락,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터져나온 대참사는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그러나 '욕심과 공포심이 절정에 이르면 같은 추세는 더 이상 계속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국내 증시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전고점인 630선을 뚫고 715선까지 줄달음쳤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낙하산을 사지 말고 티켓을 사야 한다'는 말처럼 리스크(위험)를 회피하지 않고 변화에 대응한 투자자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앉는다=경기 회복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어김없이 반도체가 중심에 서 있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값 폭락으로 한때 13만원선까지 떨어졌지만 세계적인 경쟁력 등 뛰어난 펀더멘털이 부각되면서 결국 연초보다 주가가 66% 올랐다.
반면 단기 재료에 따라 주가가 출렁거린 하이닉스는 올해 내내 데이 트레이더들의 표적이 됐고 연초보다 46% 가량 하락한 채 한해를 마감했다.
'비싼 값을 주고 1류주를 사는 것이 싼 값으로 2류주에 덤비는 것보다 낫다'는 격언을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1·2류주간의 주가 차별화 현상도 올해 증시의 큰 흐름이었다.
주가 차별화로 연초보다 주가가 떨어진 종목이 2백1개에 달했다.
아울러 4·4분기의 반도체 가격 급등과 반도체주의 강세는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증시 격언을 상기시켰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미국 테러 이후 석달 이상 이어진 랠리는 '골이 깊은 만큼 산이 높다'는 속담을 연상시켰다.
랠리의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10∼11월 두 달간 올 한해 순매수 금액(7조4천억여원)의 40%를 웃도는 3조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증시를 바짝 달궜다.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주식시장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주가가 내처 달리자 장세를 비관적으로 봤던 증권사 관계자들이 앞다퉈 시황관을 바꿨다.
'완벽한 주식 전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일깨워줬다.
테러가 터지자 겁을 먹고 손절매한 투자자는 주가 급반등기에 좌절감을 맛봤고 주가가 한때 710선까지 치솟자 대세 상승기라고 흥분하면서 주식 매수에 나섰던 이들도 지수가 생각만큼 뻗어나가지 못해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좌절하면 희망이 없고 과신하면 거품이 인다'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