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에 화랑들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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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새로운 화랑가가 형성되고 있다.
99년까지만해도 평창동일대의 화랑.미술관은 가나아트센터를 비롯해 미술품경매업체인 서울옥션,환기미술관 토탈미술관 등 4곳에 불과했지만 근래에 이응노미술관 그로리치화랑 갤러리세줄 평창아트가 잇따라 들어섰다.
또 내년에도 김종영미술관 김흥수미술관 정송갤러리가 이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평창동 일대 미술관·갤러리=화가들이 모여 사는 평창동에 화랑들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은 1998년 8월 가나아트센터가 평창동에 2천여평에 달하는 대 전시장을 마련하면서부터다.
가나에 이어 99년 서울옥션이 입주하고 지난해에는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했다.
올해에는 그로리치화랑과 갤러리세줄 평창아트가 들어선 데 이어 내년에는 김흥수미술관 김종영미술관 정송갤러리가 차례로 문을 열 예정이다.
가나아트센터 이옥경 대표는 "평창동으로의 이주가 확정된 곳 말고도 현재 평창동에 부지를 물색 중인 화랑이 3∼4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개관 예정인 김종영미술관은 대지 1천여평,지상 3층 규모에 제1세대 조각가인 김종영 선생(1915~1982)의 초기작부터 작고전까지 조각품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2층 건물을 갖추고 내년 2월 개관하는 김흥수미술관도 그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왜 평창동에 몰리나=인사동이나 사간동에 비해 싼 땅값과 큰 필지가 가장 큰 매력이다.
화랑가에선 몇 년 전부터 '미술의 거리'로 불리는 인사동을 '장사가 안되는 지역'으로 기피해왔다.
작품을 구입하는 컬렉터들은 별로 없고 외국인관광객과 주말나들이 가족들로 붐비는 곳으로 변했기 때문.경복궁 맞은편 사간동 지역도 큰 필지를 구하기가 어려운 데 다 땅값도 최근 1∼2년 사이 크게 올랐다.
이에 반해 평창동은 평당 가격이 3백만∼6백만원 수준으로 아직까지 저렴한 데 다 한 필지가 1백평이 넘는 곳이 많아 화랑이나 미술관이 들어서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간동에서 동숭으로 다시 사간동으로 이사했다가 지난 2월 평창동에 입주한 그로리치화랑의 조희영 대표는 "조용하고 주변경관이 좋은 데 다 주차장도 넓어 화랑을 방문하는 단골 컬렉터들이 흡족해 한다"고 말했다.
◇전망=미술계에서는 뉴욕의 미술 중심지가 지난 10년간 소호에서 첼시로 바뀐 사례를 들어 평창동이 한국미술의 중심지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호에 밀집해 있던 뉴욕 화랑들은 의류 패션 명품점들이 소호로 대거 밀려들어오면서 90년대 후반부터 땅값이 싼 공장지대였던 첼시로 대거 이동했다.
쿠퍼갤러리와 디아(Dia)아트센터 등을 비롯 1백50개가 넘는 화랑들이 몰려들며 첼시가 새로운 화랑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지가와 입지여건을 고려할 때 서울에선 평창동 일대가 화랑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