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겐 뢰플레 < 하나알리안츠 투신운용 사장 > 부실한 기업지배구조는 자산의 비효율적인 활용,취업률 저하,경제 저성장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 기업지배구조라는 문제의 핵심은 경영진과 주주들 사이의 이해충돌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주들은 그들이 소유한 주식의 시장가치 극대화에 관심 있는 반면,경영진은 자신들의 이익 혹은 명성이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들 마음대로 경영할 수 있는 자산을 극대화하고,외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남아 있는 것에 더욱 관심이 있다. 만약 한국에서처럼 한명의 주주,혹은 하나의 주주그룹이 적은 주식지분으로 사실상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면,거기에는 또 하나의 이해충돌이 있다. 지배 주주들은 소액 주주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최대한 늘리고자 한다. 지배 주주들은 이득은 1백% 누리고,관련 비용(시장가치의 손실)은 그들의 지분율 범위 내에서만 부담한다. 이러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절한 기업 관련 법규와 주식시장 당국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시장의 통제기능이 법규를 보조해 주어야 한다. 적대적 기업인수에 대한 위협과 비효율적 기업파산의 위협이 기업통제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한다. 하지만 아마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자본시장인 미국에서조차도 큰 규모의 적대적 기업인수는 그다지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적대적 기업인수는 큰 위험이 따르고 성사시키기도 어렵다. 수년 동안 경영진이 기업을 망치거나 착취한 후에야 비로소 적대적인 기업인수가 이뤄진다. 이 때에도 낮은 주가를 기준으로 한 기업인수 프리미엄은 이전 주주들의 손실을 완전히 회복시켜 줄 수는 없다. 따라서 끊임없이 기업과 경영진을 감독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인 방법이다. 경영진을 감독할 만한 자원과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연기금이나 대규모 보험사,펀드 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가들이다. 미국에선 1997년까지 1천대기업 전체 발행 주식의 60%를 기관투자가들이 운용했다.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경영진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개는 그들의 지분을 매각 할 수 없다. 기관투자가들의 소유 지분이 너무 커서 그들의 지분 매각은 가격을 더 하락시킬 것이기 때문에,혹은 벤치마크 고려 사항들 때문에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만 한다. 기관투자가들이 부실하게 경영된 기업의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영을 감독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첫째,기관투자가들은 높은 투자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필요성에 몰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관투자가들은 동료들을 비판해야 할 경우 동료들로부터 받을 사회적 압력을 피하려 하거나 혹은 아예 관련된 일을 피해버릴지도 모른다. 둘째,많은 나라에서 연기금은 가장 큰 기관투자가다. 한국에서는 그 예로 국민연금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기금이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되거나 국회 또는 다른 공공 기관으로부터 부적절한 감독을 받고 있다면,연기금은 기업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연기금 또한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가 없다. 연기금 운용은 펀드의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반드시 뛰어난 투자전문가들이 펀드를 운용해야 하고,이들의 봉급은 공무원이 아니라 투자업계가 기준이 돼야 한다. 자산 배분,외국인투자 등에 관한 투자 규제는 정치적인 고려 사항들이 아닌 국제적인 최선의 관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물론 펀드의 성과는 면밀히 감시 감독되어야 한다. 공공기금 감독위원회에는 정부 직원,노동자 대표가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위원회는 전문투자컨설턴트들로부터 꼼꼼한 조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연기금과 같은 대규모 기관투자가의 존재도 기업지배구조를 개선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일본의 예가 보여 주듯이 정치적 목적으로 공공연기금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오히려 향후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