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가 D램사업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다. 아직도 중요한 협상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가 밝힌 내용으로 보아 D램사업은 마이크론에 넘겨주고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등 비(非)D램사업에 전념키로 하는 방안에 양측의 의견이 모아진 것같다. 매각이 성사되면 그동안 우리경제를 짓눌러온 큰 짐 하나를 덜게 된다는 점에서 일단 기대해볼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D램사업 매각은 한국 D램산업의 위상과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에 우려의 시각 또한 없지만은 않은 것같다. 이미 18%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진 마이크론이 도시바(6%)에 이어 하이닉스(17%)까지 가져간다면 점유율이 41%에 이르게 돼 21%의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서게 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상당한 타당성을 갖는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같은 매각방식은 두 회사가 처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해법으로 판단된다. D램사업의 통합이 세계 반도체산업 구조조정의 대세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구조조정의 흐름을 활용하면서 하이닉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D램사업을 하루 빨리 매각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D램사업이 마이크론에 넘어가더라도 종업원과 기술인력,협력업체 기반이 고스란히 국내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D램사업의 해외매각을 국부유출이라는 단순논리로만 재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만약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가정해본다면 장기적으로 보아 국내 반도체산업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의 매각협상도 힘들었겠지만 막상 중요한 협상은 이제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1월중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해도 본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도 가치평가를 얼마나 공정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대우자동차 매각 때처럼 막판 궁지에 몰려 헐값에 넘겨주었다는 시비가 재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 직원들의 고용승계 문제와 부채이전 문제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하이닉스의 D램사업 매각은 국민정서나 산업논리로 볼 때 분명 아쉬운 면이 없진 않지만 마이크론이 주도할 시장질서 재편이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정부와 채권단은 물론,하이닉스 근로자들의 사려깊은 사고가 요청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