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2001년 한 해가 모두 저뭅니다. 독자 여러분의 가정마다 이미 새 달력이 걸렸을 테고 낡은 달력은 이제 한 장만이 남아 떠밀려 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있겠지요. 돌아보면 너무도 아쉬운 한 해였다는 자괴감이 이 아침 저희 한경 기자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연초의 각오에 아랑곳 없이 저희가 보도한 기사들이 정곡보다는 주변을,본질보다는 표피만을 훑고 지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가슴을 채웁니다. 경제전망은 때로 오도된 수치를 나열하는데 그쳤고, 미래를 견인하기는커녕 오직 현재만을 추수하는 낡은 취재.보도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음을 우선 고백하고자 합니다. 급등락을 거듭했던 주식시장이기는 했지만 과연 한경만 읽어도 될 만큼 충분한 투자정보를 드렸는지를 생각하면 "아니다, 아닐 것이다"라는 가슴속 울림이 되돌아 옵니다. 혹여 대기업에 편중된 시각으로 중소.벤처인들의 애환은 뒷자리로 밀려나기 일쑤이지나 않았는지, 정책을 다룬 기사는 당국자들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맴돌지나 않았는지도 돌아봅니다. 역시 "잘못이 많았다"는 공명이 되돌아 옵니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신문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습니다.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국내외 정세 역시 죽끓듯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지난 1년간의 지면들을 다시 펼쳐보니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사들이 산만큼 쌓여 있습니다. 물론 자랑삼을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허다한 특종들과 기획물도 그렇지만 스스로 세워 왔던 도덕의 잣대 또한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애써 왔습니다. 주가조작이며 각종 게이트 등 언론인이 관련된 많은 부정과 비리사건을 보면서 기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되새기기도 했습니다. 맑은 언론이기를 채찍질해 왔고 이 점에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호응을 받았던 기사들도 여느 해보다 많았습니다. 새해 들면 본론으로 돌입할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나 이에 앞서 '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산다' 시리즈도 여러분의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대우자동차 협상 등 주요 사건·사고들은 언제나 한경이 특종 보도하고서야 다른 신문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대우패망비사'는 지금 2부의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성공들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의 목표는 아직 너무도 높은 곳에 위치해 있을 뿐입니다. 한경이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스, 일본경제신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바로 그 자리에 이를 때까지 저희를 질책해 주십시오. "시대의 뒷북이나 쳐대는 기사는 이제 그만 쓰라"고 꾸짖어 주십시오. 저희는 독자들의 비판을 머리맡 회초리 삼아 새해를 맞고자 합니다. 더구나 새해는 얼마나 소중한 한해가 될 것입니까. 대혼돈을 뚫어내는 새로운 선택이 한국인들에게 요구되고 있음을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한경이 바로 그 선택의 가늠자가 되고자 합니다. 시장을 지키고 정부를 감시하는 데서 나아가 더한층 깊이있고, 정확하고, 빠른 경제정보를 드리는데 밤을 잊고 뛸 각오를 다지고 또 다집니다. 이제 임오년 새해가 밝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하시는 일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정규재 < 경제부장 jk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