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일자) 원칙있는 한 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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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새해가 밝았다.
영원한 시간 속에서 보면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게 없지만 역사의 흐름속에서는 그 의미가 심장하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의 시점을 맞으며 시대적 사명을 새롭게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올해는 유난히도 큰 행사들이 많이 예정돼 있다.
6월엔 한·일 공동주최 월드컵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10개 도시에서 치러지고,10월엔 아시안게임이 부산에서 열린다.
그런가 하면 5월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12월엔 대선을 치러야 한다.
8월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까지 친다면 선거만 세번이다.
세계의 이목이 1년 내내 한반도에 집중되기에 충분한 대사(大事)들이다.
올림픽을 능가한다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잘만 활용한다면 국가위상 제고는 물론 관련산업의 발전을 통해 국가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정치의 흐름을 결정짓는 양대 선거를 무리없이 치러낸다면 분명 우리에게는 역사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크나 큰 기회가 주어져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의 예로 보아 연초부터 전국이 선거열풍에 휘말릴 것은 분명하고 여기에 스포츠 열기까지 가세해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면 그 후유증이 오히려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국내외 경제여건이 지극히 불투명한 실정이어서 자칫 잘못되면 국가적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2002년 새해 원단을 맞으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우선 이에 대한 인식과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하겠다.
물론 우리가 단합된 힘과 역량을 모아 대처한다 하더라도 이를 국가발전의 기본전제인 민생안정으로 이어가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가뜩이나 세계경제 여건은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경제가 하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돌입하리란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일본 엔화의 가치하락과 그로 인한 아시아 금융시장의 혼란 등 예측할 수 없는 복병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특히 도하 아젠다로 이름 붙여진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이 우리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도 없지 않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재무장한 중국경제의 향배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우리 자신의 체질강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로 외환위기를 겪은지 5년차에 접어 들었다.
개혁의 기치 아래 힘겨운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 왔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태까지의 구조조정은 다분히 정부에 의해 강제된 것이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위기극복을 위해 불가피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시장경쟁질서를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당수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비롯 많은 부실기업들이 국영 금융기관의 지배하에 놓이게 됐고,경영투명성을 빌미로 기업에 대한 규제와 간섭은 크게 강화됐다.
이런 상황하에서 경제의 역동성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들이 마음껏 창의를 발휘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는 자명해진 셈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지난날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갖고 시장경쟁질서를 정착시켜 나가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 민영화의 촉진,부실기업정리의 조기 마무리,과감한 규제개혁,금융기능의 정상화,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이 그 대표적인 실천과제에 속한다.
또 원칙과 법질서의 확립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이 여론의 향배에 따른 땜질식 처방에 그치는 때가 적지 않았고,경우에 따라서는 정책시행을 실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특히 이익집단의 로비에 따라 법안내용이 달라지고,당리당략 차원에서 민생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우리의 정치풍토는 아직도 한심한 수준이다.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될 병폐다.
집단이기주의의 발호 역시 이와 무관치않다.
소위 '떼'법이 통하는 것은 원칙과 법을 일관되게 집행하지 못한 결과다.
"한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안되는 일도 없다"는 외국인투자자들의 푸념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특히 올해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더욱 유념해야 할 때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5년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치적을 쌓기 위한 무리수 정책도 경계의 대상이다.
자칫 정치·사회적인 혼란이 경제의 발목을 붙들고 흔드는 역풍으로 작용할 경우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겪은 지난 4년여의 고통이 허사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세계경기가 상승하더라도 이에 편승할 수 없다면 이것 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오늘,임오년 새해파㎱?맞아 진정한 시장경제의 창달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 무엇을,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각오를 함께 다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