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몰아칠 2002년에 한국프로야구가 '속도전'에 사활을 걸었다. 올 해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인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와 부산아시안게임이 잇따라 열리면서 국내의 각종 스포츠 행사는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가적인 대사에 적극 협조하면서도 프로야구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들을 불러모을 방법들을 강구중이다. KBO가 올시즌 관중 동원을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스피드업'. 프로야구는 지난 해 경기당 평균 소요시간이 3시간14분으로 2000년의 3시간4분보다 무려 10분이나 길어졌다. 국내프로야구는 지난 수년간 우수한 투수들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간 반면 힘좋은 용병타자들이 몰려오다 보니 심각한 '타고 투저' 현상이 발생해 경기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한국은 경기당 평균 사사구가 9.2개, 탈삼진이 12.1개인 반면 메이저리그는 경기당 사사구 7.9개, 탈삼진 13.3개, 일본은 사사구 7.7개, 탈삼진 12.9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KBO는 이같은 '타고 투저'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올시즌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야구규칙에 명시된 스트라이크존은 타자의 어깨와 벨트의 중간부분을 상한선, 무릎을 하한선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타자의 벨트부분이 상한선으로 통용되고 있다. 박용오 KBO 총재는 오는 9일 열리는 8개구단 감독 간담회에서 스트라이크존을 규칙대로 적용하는 방법을 현장 사령탑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역시 지난 해 '타고 투저'를 완화시키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의 원칙 적용을 강행했고 전반기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경기 시간 단축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었다. KBO는 또 지난 96년 시간 단축을 위해 제정됐지만 사문화된 '촉진룰'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도 준비중이다. 당시 KBO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투수가 15초이내에 투구하지 않으면 볼을 선언하고, 주자에게 완만한 포물선 견제구를 여러차례 던질 경우 보크를 적용하기로 결정했으나 지난 6년동안 단 한번도 제재를 받은 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KBO는 갈수록 빨라지는 현대인들의 생활리듬을 감안할 때 속도전만이 관중 동원의 필수요건이라 여기고 올시즌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