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파워경영] 시련 통한 담금질 .. 세계시장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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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에서 허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중견기업이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구조는 허리가 두툼하지 않다.
전체 기업구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많은데 비해 중견기업은 무척 적다.
세계에서 대기업체수와 중견기업체수가 비슷한 나라는 한국 뿐이다.
선진국들은 중견기업수가 대기업수보다 훨씬 많다.
제조업 기준으로 볼때 한국의 전체 기업체수는 9만1천1백56개사에 이른다.
이들중 종업원 3백인 이하의 중소기업은 전체의 99.2%인 9만4백49개사다.
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중견기업으로 불리는 종업원 3백인이상 5백인이하의 기업은 전체의 0.4%인 3백56개사에 불과하다.
종업원 5백인 이상의 대기업은 0.4%인 3백51개사다.
하지만 한국의 중견기업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기업체수는 적지만 힘은 강하기 때문이다.
3백50여개사에 불과한 이들 중견기업들은 뱃살 찐 허리가 아니라 근육질의 강한 허리를 갖고 있다.
이 중견기업들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경쟁에 뒤지지 않는다.
중견기업들은 그동안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지원을 다양하게 받아 왔다.
중소기업구조개선자금에서부터 기술혁신자금까지 너무나 다양한 자금지원혜택을 받고 있다.
또 대기업들은 매출규모가 커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쉬웠다.
그래서 대우그룹 등 여러 대기업들이 빚더미에 눌려 쓰러지기도 했다.
이에 비해 중견기업들은 온갖 시련을 자력으로 버티면서 경쟁력을 갈고 닦았다.
경쟁력이 약한 중견기업들은 이미 'IMF 사태'를 전후해서 사라지고 말았다.
때문에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중견기업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동방불패'의 기업들이다.
이번에 한국경제신문이 뽑은 우수중견기업들은 한결같이 자력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이다.
보루네오가구는 갖가지 어려움을 스스로 이겨내고 다시 자기자리를 차지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한솔도 자랑할 만한 기업이다.
한 분야만 줄기차게 전문화해 국제적인 기업으로 우뚝선 코메론도 누구나 인정해 주는 중견업체다.
웅진코웨이 신무림제지 행남자기 한샘 하이트론씨스템즈 유니슨 등도 그룹기업들처럼 문어발식 경영을 하지 않고 자기 전문분야에서 꾸준히 연마해 최고기업으로 부상했다.
금강고려화학(KCC)은 특이한 경영전략으로 건자재부문에서 최우수 기업이 됐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분사전략을 썼으나 이 회사는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히는 통합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사실 '중견기업'이란 용어는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용어는 아니다.
따라서 종업원 몇명에서 몇명까지를 중견기업으로 한다는 식의 법적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나 법적으로 중소기업에 속하지도 않고 그룹기업에 속하지도 않는 이런 기업들을 중견기업이라고 부른다.
실제 일본 대만 미국 등도 중견기업을 법적으로 구분하진 않는다.
한국에서도 중견기업이란 용어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중견기업연합회도 결성됐다.
이번에 우수중견기업을 선정하는데 종업원 수를 꼭 감안하진 않았다.
다만 중소기업으로서의 혜택을 거의 입지 않고 그룹기업으로서의 지원도 거의 받지 않으면서도 경쟁력을 가진 우수기업을 선정했다.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업체수는 적지만 힘은 세다는 것이 통계상으로도 증명된다.
'중소기업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기업체수 비중은 전체의 0.4% 수준에 불과하지만 생산액은 전체의 7.2%에 이른다.
이처럼 허리둘레가 두텁진 않지만 근육질로 뭉친 강한 허리가 한국의 산업구조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각자의 목청을 높여 왔다.
그러나 중견기업들은 그 사이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묵묵히 일해 왔다.
따라서 이제 이들 중견기업에도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튼튼한 허리를 더욱 건강하게 가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