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월드컵대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프랑스 남부 님에 있는 가르교(Gard.길이 2백75m,높이49m)는 2천년 전인 1세기 초에 세워진 고대로마 유적이다.
3층짜리 아치로 된 이 다리는 위제의 물을 님으로 보내기 위해 세워진 수로였다.
이 다리로 공급되는 물을 통해 님의 주민들은 로마인으로서의 소속감과 특권의식을 만끽한 것이다.
다리란 이처럼 단순히 물리적인 통로가 아니라 도시의 인프라이자 상징이다.
다리는 강 양쪽의 길과 길, 사람과 사람을 이어 강 양쪽을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로 만든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그렇다면 서울의 다리는 과연 어떤가.
서울의 한강 남북을 잇는 최초의 다리는 1900년 7월 세워진 한강철교다.
17년 한강대교, 36년 광진교가 건설됐고 광복 뒤엔 65년 처음 양화대교가 개통됐다.
이후 69년 한남대교를 시초로 잠실 영동 천호 올림픽 김포 방화대교 등이 잇따라 건설돼 현재 한강의 다리는 한강 당산철교를 포함, 22개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의 다리는 모양면에서 단조로운 건 물론 가장 중요한 강 양쪽의 통합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평을 받는다.
게다가 어느 것이든 나들목(인터체인지) 설계가 제대로 안돼 다리를 오가려면 여기 저기 우회해야 하고 그 바람에 진입로 일대가 혼잡스럽기 짝이 없다.
서울시가 강서구 가양동과 마포구 상암동을 잇는 새다리 이름을 가양대교에서 '월드컵대교'로 바꿀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오는 23일 개통될 이 다리는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데다 한강 다리중 유일하게 올림픽대로와 강북강변로(자유로) 양방향 진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로마 도시의 역사성은 어느 것이든 시민을 위한, 시민의 것이라는 바탕위에 건설된 데 있다고 한다.
가르교는 단순한 다리를 넘어 '보다 나은 삶'의 상징이었다.
월드컵대교는 한강 남북의 소통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의 다리와 달리 동서의 움직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월드컵 대교가 서울의 교통을 한층 원활히 하고 그 결과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월드컵의 성공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되기를 기원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