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르포/'대륙의 실리콘밸리' 中關村을 가다] 中 IT 심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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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베이징(北京)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은 활기를 띠고 있다.
각 전자상가는 1주일간 계속되는 공식휴일을 맞아 컴퓨터를 들여 놓으려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하이룽(海龍)빌딩 전자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쉬용수 사장(徐永壽.35)은 "지난해 약 25%의 매출증가를 기록했다"며 "올해는 작년 수준의 영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 업계 불황 속에서도 중관춘은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중관춘에서 통신관련 벤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왕타오씨(王陶.37).
그의 2002년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해 초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 창업한 회사가 올해는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동통신 중국연통 등과 협력의 틀을 만들어 놓았다"며 "올해는 사업이 이륙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관춘은 그렇게 한 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새해 중관춘의 화두는 '비즈니스의 국제화'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중관춘이 국제 IT업계와의 연계 강화를 통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가장 큰 움직임은 IT분야 세계 다국적 기업의 중관춘 진출 가속이다.
'광의의 중관춘'으로 불리는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 최근 '싱왕(星網)파크'라는 공업단지가 등장했다.
이 단지를 건설한 주역은 핀란드 통신업체인 노키아.
이 회사는 약 1백억위안(1위안=약 1백50원)을 투자, 50ha 규모의 IT 단지를 조성했다.
15개 통신관련 업체들이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모두 노키아 제품 관련 업체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만하다.
MS는 지난달 '중관춘소프트웨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중관춘커지(中關村科技) 쓰퉁(四通) 등 중국의 IT 업체와 제휴, 합작법인인 중관춘소프트웨어(주)를 설립하기로 했다.
MS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합작업체에 이전, 중국화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대외무역경제합작부 산하 다국적기업연구소의 왕즈러(王誌樂) 소장은 "IT업계 다국적기업이 연구개발(R&D) 및 생산 시설을 중국으로 과감히 옮기고 있다"며 "WTO가 중관춘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주요 IT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밀려드는 외국기업들의 시장공세 및 경기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중관춘을 대표하는 IT업체인 롄샹(聯想).
흔히 '중국의 IBM'으로 불리는 업체다.
이 회사가 최근 10%의 '인력정예화(人員優化)'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말이 직원 정예화지 사실은 해고였다.
매년 30~50%의 성장률을 보이던 롄샹이 작년 하반기 성장률 둔화 조짐을 보이자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도 헝지웨이예(恒基偉業) 베이다팡정(北大方正) 칭화츠광(淸華紫光) 등 주요 중관춘 IT 업체들이 구조조정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중관춘 업체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업종을 넘나드는 짝짓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신랑왕(新浪網.www.sina.com)과 홍콩 양광(陽光)위성TV의 전략적 제휴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분교환 방식으로 이뤄진 양사 제휴의 목적은 차별화된 고급 인터넷서비스에 있다.
중관춘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중루안(中軟)이 최근 10개 관련업체를 모아 조직한 '소프트웨어 동맹(軟件同盟)' 역시 기업의 짝짓기의 사례다.
이들 10개 업체는 사무SW 보안SW 등의 각자 강점을 모은 '토털SW'로 시장공략에 나서게 된다.
'중관춘 새 판짜기'의 또 다른 움직임은 'R&D 센터화'에 있다.
각 기업들은 중관춘에 R&D 기능만을 남겨 놓고 다른 비즈니스 업무는 외부로 옮기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중관춘에 자리잡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R&D 센터는 약 10여개.
IBM MS 인텔 삼성 등이 이 곳에 연구개발 본부를 두고 있다.
중관춘 지역의 풍부한 고급인력을 활용하자는 차원이다.
중관춘관리위원회 산업발전처 양지엔핑(楊建平) 부처장은 "지금까지의 중관춘은 영업본부 상가 R&D센터 등이 혼재된 상태였다"며 "그러나 다국적 기업에 이어 중국의 주요 IT업체 역시 중관춘을 'R&D 기지'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IT 발전을 주도해온 베이징 중관춘.
그 중관춘이 WTO 가입 이후 전개될 국제화 시대를 맞아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한우덕 < 베이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