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업체들이 인터넷기업으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 전통적인 통신서비스보다는 통신망에 기반한 인터넷 비즈니스로 핵심 사업역량을 옮기고 있다. 유선통신업체가 그렇고 이동통신업체 또한 마찬가지다. 한때 유행했던 '무선인터넷업체'란 말도 이젠 듣기 어렵게 됐다. 이동통신업체들은 "그냥 인터넷기업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유.무선 통합 추세로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업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면서 '인터넷기업'이란 단어만 남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동안 벤처기업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인터넷 비즈니스가 1~2년안에 이들 대형 통신업체들에 넘어가는 대격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으로 간다 =이상철 KT(한국통신) 사장은 "전화선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전화국에서 가정까지 이어지는 전화선 구간, 이 사장의 표현을 빌리면 '라스트 원마일(last 1 mile)'에서 뭔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장이 강조하는 말이 '가치(value)네트워킹' '워킹(walking)네트워킹'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단말기를 통해서든 인터넷과 통신에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는 서비스를 '라스트 원마일'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MS의 '닷넷(.NET)' 전략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KT와 MS가 작년 말 전략제휴에 최종 사인한 것도 양사 경영진의 이같은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사정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음성통화 수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앞으로 무선데이터통신이 급부상하고 m커머스(모바일 전자상거래), 모바일 금융서비스 등 IP(인터넷프로토콜) 기반 사업의 매출비중이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올해 중점목표를 '인터넷 정보 및 네트워크 제공'으로 삼았다. 이 회사 표문수 사장은 "SK텔레콤은 지난해 인증.보안.카드 등 유.무선 통합 인터넷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면서 "올해는 인터넷사업을 본격화해 이 분야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부할 수 없는 대세, 유.무선 통합 =통신서비스업체의 인터넷기업화는 유.무선 통합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컴덱스에서 각광받았던 무선랜(LAN:근거리통신망) 기술을 살펴보자. 최신 무선랜 기술은 어떤 서비스 지역이든 하나의 ID로 접속할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런데 기지국인 AP(Access Point)를 촘촘히 설치하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끊어짐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근거리'에 국한되지 않는 무선인터넷이 되는 셈이다. KT 하나로통신 데이콤 등 유선통신업체들은 보완적인 개념의 무선랜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동통신업체들이 무선망을 완전히 개방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무선사업 기회를 잡는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각기 인터넷의 핵심인프라인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보유하고 있어 이동통신사업자들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의 유.무선 통합 포털 '네이트'는 거꾸로 이동통신사업자가 유선 영역을 넘보기 시작한 사례다. 이 역시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를 통해서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한다는 개념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다. 다음 등 대형 인터넷 포털업체들은 '별것 아니다'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KT와 MS가 제휴하면서 새로운 개념의 공동브랜드 포털을 만들겠다고 밝혀 서서히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KT-MS의 새 포털도 결국 유.무선 통합을 지향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KT-MS 제휴의 위력 =통신서비스업체의 인터넷기업화는 KT가 MS와 제휴하면서 가속이 붙고 있다.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를 담겠다는 공동브랜드 포털, 인터넷전화(VoIP), 콘텐츠 제공 네트워크(CDN), 무선랜 등에서 서로 협력한다고 이들은 밝혔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파급효과까지 따지면 국내 인터넷업계에 엄청난 돌풍을 몰고올 전망이다. 예를 들어 보안.인증 같은 이머징마켓에서도 MS의 닷넷전략이 힘을 발휘하면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생존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KT 경쟁업체인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은 물론 SK텔레콤까지도 KT의 변화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2002년에는 인터넷사업의 승부가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대변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