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이강복 < CJ엔터테인먼트 대표> .. 내달 코스닥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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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사업이다.
작품의 흥행성적에 따라 기업의 경영실적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 마련이다.
이런 영화계에서 CJ엔터테인먼트는 제작투자와 배급, 상영에 이르기까지 '황금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췄다.
지난 2000년 4월 모기업 제일제당으로부터 독립한 CJ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월 영화전문업체로는 처음 코스닥에 등록한다.
CJ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이강복 대표(李康馥.50)는 "일종의 투기로 일컬어지는 영화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일제당 설탕맨'이었던 이 대표는 지난 99년 8월 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 본부장으로 취임한 이래 불과 2년여 만에 '영화계의 큰손'으로 변신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백2억원의 매출, 91억원의 순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에 비해 매출은 46%가 늘었고 순익은 무려 2백70%나 증가했다.
관객 2백10만명을 동원한 '무사' 외엔 대형 흥행작이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
그것은 CJ엔터테인먼트가 2대주주인 할리우드의 영화사 드림웍스가 만든 외화 '슈렉'(2백38만명)과 '캐스트어웨이'(1백56만명)가 수익률 증가의 효자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배급과 극장사업이 순조로운 것도 수익을 높이는데 한몫 했다.
지난해 추정순익 91억원중 상당액이 배급대행사업과 극장사업에서 나왔다.
CGV극장으로부터 받는 배당수익금만 40억원이 넘는다.
지난 98년 11개 스크린의 CGV강변으로 시작한 극장사업은 지난해 말 전국 9개 극장, 75개 스크린으로 늘어나 국내 최대의 극장체인업체로 부상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2년 전 CGV를 별도법인으로 분리시켰지만 50%의 보유지분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영화 제작투자에는 위험이 따르지만 배급과 극장에서는 고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합니다. 특히 극장사업에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대표는 취임 이래 3가지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한국영화의 제작투자 △멀티플렉스 전국 네트워크 구축 △할리우드 스튜디오식 제작 배급 상영의 수직통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취임 당시에는 영화에 대한 투자는 적자를 각오해야만 했다.
한국영화의 경우 불과 5∼6편이 시장의 80% 안팎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보장은 어려웠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투자작품 '해피엔드'(1백16만명)를 비롯 '단적비연수'(1백55만명) 등이 그런대로 흥행에 성공했고 '공동경비구역JSA'(5백83만명)는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영화 붐을 타고 영화제작투자 전략이 운좋게 맞았지요. 영화의 성패여부는 타이밍이 좌우합니다"
드림웍스가 제작한 외화 배급에서도 '치킨런'(83만명) '아메리칸 뷰티'(67만명) 등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고 '글래디에이터'(2백79만)는 2000년 외화부문 흥행정상에 올랐다.
그는 국내에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래서 제작한 영화들을 해외 주요영화제에 빠짐없이 출품했다.
덕분에 '춘향뎐' '섬' 등이 해외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으며 수출됐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2백만달러에 일본에 수출된데 이어 홍콩직배도 성사됐다.
홍콩에서 한국영화가 직배된 것은 '공동경비구역'이 처음이다.
그의 경영전략은 '안정성 확보'에 집중돼 있다.
제일제당 근무시절 오랫동안 설탕 선물거래를 담당하면서 '리스크 회피'야말로 회사경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작 투자는 편당 총제작비의 50%를 넘지 않고 펀드를 통해 외부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익을 적게 남기더라도 위험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배급과 극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도 안정성 확보의 일환이다.
그는 또 한국영화계의 문제로 꼽히던 관객집계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동안 배급자와 극장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엿가락처럼 들쭉날쭉하던 관객집계를 공정하게 했고 지방 극장업자와의 이면계약 관행도 없앴다.
그래서 CJ엔터테인먼트는 이제 '믿을 만한 기업'으로 영화계에서 통한다.
"저는 정책관련 기본방향만 제시하고 하부조직에 권한을 대폭 이양했습니다. 영화사업에는 직원들의 창조성이 중요한 데다 아웃소싱이 많기 때문이지요. 회사의 매출은 6백억원대에 이르지만 직원은 30명에 불과합니다. 직원 1명이 2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지요"
투자대상 시나리오는 담당자의 시각으로 추려진 것들만 이 대표 앞으로 올라간다.
중대한 사항에 대한 의사결정도 상부하달식이 아니다.
전 직원들의 난상토론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검토한 끝에 결정한다.
그는 특히 보상제도를 철저히 이행한다.
개인의 성과에 따라 후한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 사원들은 연봉痴蔓?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연봉과 보너스 액수는 자체 직무평가시스템에 근거해 산출한다.
영화업체로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대표의 목표는 CJ엔터테인먼트를 할리우드 업체인 비아콤처럼 키우는 것이다.
비아콤은 극장사업에서 출발한 후 파라마운트영화사와 케이블방송사 등을 인수해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코스닥 등록계획은 그 길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자본의 안정화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등록주식수의 30%에 해당하는 3백71만주를 공모할 예정입니다. 등록예정주에 대해 액면가 1천원, 주당본질가치 9천원, 공모예정가 8천∼1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요즘 장외에서 2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 대표는 금년을 대도약의 해로 정했다.
지난해에는 투자한 영화 3편만 상영됐지만 올해에는 오는 11일 개봉하는 '나쁜남자'를 비롯 '2009 로스트메모리즈' '복수는 나의 것' '예스터데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19개의 투자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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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52년 충남 천안 출생
71년 인천 제물포고 졸업
75년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졸업
78년11월 제일제당 입사
81년 제일제당 뉴욕지점장
87년 제일제당 당업부장
97년 제일제당 원료사업부장
99년 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 본부장
2000년4월 CJ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