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아마추어가 회사의 경영법을 가르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에는 정부관리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식으로 기업의 경영법을 가르치더니,이제는 시민단체와 법원이 기업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정말로 주눅들어서 기업하기 어렵다. 최근 법원이 '삼성전자 경영자들은 경영판단을 잘못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판결이유는 이렇다. 위험정도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기업 인수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졸속으로 결정했다는 말이다. IMF위기를 사전에 예상하지 못하고 부실기업을 인수했다는 이유도 덧붙이고 있다. 높은 값을 받고 팔 수 있었을 기업을 '헐값으로' 팔았으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자신의 이익과 관련 없는 법관이 자신의 이익이 걸린 경영자보다도 회사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재판은 졸속재판이 아닐 수 없다. 경영판단의 본질과 시장경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경영판단의 경우 법원이 그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려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판단은 직관이나 착상과 같은 경영자의 '암묵적 지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경영판단을 한 경영자 자신도 나중에 왜 그렇게 판단을 내렸는지 일일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경영판단의 속성이다. 이런 판단의 잘잘못을 법관이 가려낸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법관이 경영자가 판단을 내릴 당시의 모든 '객관적인' 정황(情況)을 완전히 알 수 있어야 하지만,그러나 시장에서 객관적인 정황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황이란 인간의 인지 구조에 의한 해석의 결과다. 이 인지 구조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해석도 서로 다르고,그리고 그 해석은 주관적일 뿐이다. 법원의 판결문에 쓰여있는 정황도 한낱 법관 자신의 주관적 해석의 결과일 뿐이다. 일개 법관이나 일개 시민단체가 주관적으로 해석한 정황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것은 소도 웃을 일이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법관이 기업이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MF위기와 기업의 부실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벌을 주고 있다. 이사회 진행시간이 길면 졸속이 아니고,짧으면 졸속이란다. 법원이 헐값인지 아닌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말하자면 법원이 기업이윤을 증대시키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법관의 '지적 자만'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법원의 판결 이유는 모두 법관 자신의 주관적 지식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오류투성이의 지식일 뿐이다. 그러니까 구미에서 경영판단의 불간섭 원칙이라는 법원칙이 형성된 것이 아닌가? 지식의 겸손을 표현한 말이다. 법관이 경영판단에 대해 아는 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경영판단을 법관이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고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구미의 법관들이 얼마나 현명한가? 그 대신에 경영자 개인의 이익 판단에만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사기 횡령 배임 등이 그것이다. 경영판단의 존중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번영을 위한 첫 단계다. 그렇다고 경영자들의 경영판단 잘못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 판단은 법관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해야 한다. 프로는 경영권시장을 의미한다. 경영권시장이야말로 경영자의 실패와 성공을 가려내고,실패한 경영자를 처벌하는 천재적인 프로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경영권시장의 형성을 방해하는 제도들을 개혁하는 데 있다. 이런 장애물은 정부에 밉보이면 기업을 경영할 수 없던 경영풍토의 산물이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 압력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사를 들춰내 기업인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이래저래 기업하기 어려운 사회다. 그래도 기업인들이여! 참고 기다려라,기업하기 좋은 시대가 올 것이니….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